가명처리 범위 ‧ 산업적 사용 근거 ‧ 법적 불일치 ‧ 수익 귀속 문제 등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지난해 8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과 시행령이 개정되고 가명정보 가이드라인이 발간됐다.

이에 가명정보를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연구 활용이 가능해졌지만, 가명정보 데이터 범위, 산업적 활용 근거 등 법률적 해결 과제가 산적하다고 진단됐다.

법무법인 율촌 정상태 변호사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HIRA 빅데이터 브리프 4권 4호에 기고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가이드라인으로만 명시한 ‘가명화 처리 의료데이터의 법적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의료데이터와 같은 민감정보는 별도로 정보주체로부터 동의 받지 않으면 정보 처리를 할 수 없고, 위반 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의료데이터를 가명처리 했다면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기재하고 있으나, 이는 법률의 명시적 규정 없이 가명처리 규정으로 민감정보에 관한 특별 규정을 무력화하는 결론에 이를 수 있어 문제가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가명처리된 민감정보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정 변호사는 밝혔다.

‘의료 데이터의 산업적 연구 목적 활용’도 법률적 명시 대상으로 지목됐다.

신용정보보호법과 달리 개인정보보호법에서는 정보 주체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가명처리 목적으로 산업적 연구를 기재하고 있지 않고 있다.

비록 가이드라인에서는 산업적 연구가 허용된다는 전제에서 약물, 의료기기 개발 등을 폭넓게 기재하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법령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시 형사처벌 위험을 고려하면 이 역시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기존 법령들과의 불일치’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가명처리된 의료 데이터는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기재하고 있으나, 가명정보도 개인정보의 한 종류인 점, 일반적으로 의료법이 개인정보보호법보다 우선한다고 해석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의료법상 가명처리 데이터는 의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해 법률 상호간 관계를 명확하게 정비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생명윤리법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과 달리 개인식별정보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는데, 하나의 의료 데이터에 대해 법률이 다른 용어를 사용해 정의하는 것이 현장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가명정보 재식별 및 재제공‧파기에 관한 문제도 화두가 됐다.

가명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후 제3자가 가명정보를 재식별하거나, 다른 제3자에게 재제공하거나, 정보처리 후 파기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가명정보를 제공한 병원 또는 제3자의 책임 문제, 제재수단 및 피해자 구제수단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

가명정보의 재식별에 대해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나, 가명정보 재제공이 이뤄지거나 파기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 제재 제재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와 관련, 데이터 사용 계약에서 관련 규정을 잘 정비해야 둬야 관련 분쟁 발생 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는 △데이터 제공 목적 △데이터 처리 한계 △사용 기한 △가명정보 처리기록 작성 및 보관 조항 △가명정보의 안정성 확보 조치 △데이터 재식별 금지 △제3자 재제공 금지 △개인정보 누설 등 사고 발생 시 보고 의무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 △데이터 회수 △파기 의무 등이 들어갈 수 있다.

의료데이터 제공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됐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의료 데이터를 제3자에게 유료로 제공할 수 있고, 수익을 기관 내 자체 연구비, 분석 환경 보강, 보안시스템 구축 강화, 정보주체 권익 보호 등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 데이터 제공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 귀속 주체가 병원인지 환자인지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정상태 변호사는 향후 의료 데이터의 정당한 가치 산정, 차별적 가격 산정 또는 데이터의 차별적 제공 등 문제도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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