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의약품유통업계선 '유통 불가능'…'투자 비용 보전 등의 국가 조치 선행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의약품 유통업계에서 ‘국가의 콜드체인 구축 지원 없이는 화이자 백신 유통이 어렵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의약품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중 화이자 백신의 유통 조건을 지킬 수 기업이 현재 전무할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중에서도 온도 유지 조건이 가장 까다롭다. 영하 70도에서 유통·보관돼야 6개월간 장기 보관할 수 있으며 상온에서는 2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 다만 일반 냉장고에서는 최대 5일까지 효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의약품유통업자는 “미국에서 국내로 물류 회사인 DHL 등이 화이자 백신을 들여온다 하더라도 접종 구역까지 유통할 수 있는 기업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하 70도를 유지하면서 유통할 수 있는 기업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만약 콜드체인을 영하 70도 목표로 설정해 새로 구축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일반 콜드체인 구축의 약 10배 이상 투자비가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화이자 백신 유통을 담당하는 기업은 화이자 백신만을 위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따로 구축해야 한다. 만약 화이자 백신을 전부 접종해 더 이상 콜드체인이 필요치 않게 되면 거금을 들여 투자한 콜드체인 시스템은 더 이상 쓸 곳이 없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국내에 총 1000만명 분량이 들어올 예정이다(COVAX 통한 도입 제외).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가가 콜드체인 구축 비용을 전부, 혹은 일부를 보전해줘야 한다’는 지적을 펼치고 있다. 설혹 국가가 투자 비용을 보전해준다 하더라도 화이자 백신 접종 이후의 쓰임새와 투자 규모 등을 감안한다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다만, 의약품유통업계와는 결을 달리하는 일반 유통업 혹은 대기업이 막대한 투자를 감내하고 유통에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손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국익에 이바지한다’는 판단 속에 화이자 백신 유통에 뛰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화이자 백신 유통은 ‘조달을 통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조달 입찰일 경우 상세 조건을 제안요청에 모두 담게 되며 행정적으로 국가 지원이 집행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정부 측은 화이자 백신을 포함, 코로나19 백신 유통에 여러 기업이 이미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질병관리청에서 조달 입찰을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까지 (유통 진행에)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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