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소외지역 등 명확한 조건 규정 및 불평등‧편의성 경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승덕 기자] 정부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대응에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전화상담‧처방이 ‘진료’로 좀더 명확한 조건을 규정하고, 산업성‧편의성 중심으로 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공개한 ‘COVID-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 효과 분석(연구책임자 김지애 부연구위원)’ 보고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소개됐다.

전화상담․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7031기관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10.2%가
참여했으며(2020년 2월 24일 ~ 6월 기준), 42만 1053명의 환자가 56만 1906건의 전화상담‧처방이 이용해 전체 외래 진료 횟수의 0.25%를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관 종별 이용 비중을 살펴보면, 의원이 약 47%로 전체 발생건수의 절반을 약간 못 미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노령인구에서 전체 전화처방 이용건수의 42%(23만 7640명)를 차지하고 있으며 만성질환에서 많이 발생했다.

전체 종별 기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병은 고혈압, 2형 당뇨병, 급성기관지염순으로 나타났으며, 각 종별로 협심증, 뇌경색, 조현병, 알츠하이머가 다빈도로 발생하고 있다.

표적집단면접을 통해 확인한 전화상담‧처방의 만족도와 수용성은 의료이용자와 공급자 간 큰 온도 차이가 있었다.

의료이용자의 경우 대부분 높은 수용성과 만족도를 나타냈다. 전화상담‧처방의 큰 장점으로는 감염 노출 위험 감소와 편의성을 들었으며, 제도 지속을 원하기도 했다.

의료공급자는 전화상담‧처방 제도에 대체로 낮은 수용성을 보였다. 다만 기관 차원에서 의료진에게 전화상담‧처방 관련 구체적 지침-전화상담‧처방이 가능한 대상 환자, 예약 및 수납 절차 및 지원, 처방 가능 일수-을 제공하고 절차를 체계화하는 경우, 소속 의료진은 그렇지 않은 기관 소속 의료진보다 높은 수용성과 만족도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를 근거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화상담‧처방을 위해서는 전화상담‧처방이 ‘진료’라는 인식 제고와 체계적 제도화가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전화상담·처방 시행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침의 제공과 함께 적정한 지불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제약이 많은 음성 서비스(전화)에서 시각적 관찰, 설명 및 소통이 가능한 장비 활용으로의 확대를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지침의 사례를 보면, 전화 진료가 허용되는 상황을 감염병 유행 기간, 의료진이 접근하지 못하는 의료 소외 지역 등으로 규정하고, 허용 대상을 재진, 특정인구, 질환 등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전화통화가 이뤄지는 환자-의사의 장소를 제한하고, 전화상담 의뢰 → 예약 및 진료 → 처방전 전달 → 수납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수납의 일원화되도록 체계화하는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

보고서는 근본적으로 ‘비대면 의료제도’에서 혜택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제한하기 위한 조건도 함께 짚었다.

환자에게 명확한 혜택을 주는 비대면 의료만을 추구해야 하고, 환자‧지역사회의 수요를 충족해야 하며, 무엇보다 대면의료의 대체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비대면의료에서도 의료 접근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되고, 편의성에 기반한 지나친 비대면 의료 추구가 부작용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항상 인식해야 한다.

심평원 연구팀은 “비대면진료만으로 처방전과 검사 결과의 교환이 이뤄지면 중증화 및 합병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 경우 의료의 기능인 2차 예방(조기발견‧조기치료)이 작동하게 않게 되고, 편의성에 따라 비대면진료만 하거나 복수 환자를 일원관리하면 의료 질은 하락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비대면의료는 의료 질을 높이고 환자 편익을 제공한다는 근거를 기반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초진 환자 비대면의료 불가, 비대면의료횟수 제한 등 의학적 안전망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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