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P 백신, 결국 270만 도즈 남아…대상 연령 모두 목표 달성 실패
정작 코로나19 개인 방역이 독감 유행 막아…코로나19 백신까지 신뢰도 하락 이어질까 우려

질병관리청의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카드 뉴스 중 일부.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말 많고 탈 많았던 2020-21절기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이 대상 연령 모두 계획 달성 실패로 사실상 끝났다.

부진한 접종 사업으로 인해 국가 조달 백신은 최소 270만 도즈가 남았으며 미숙한 국가예방접종 사업 운영으로 인한 국가 신뢰도 추락은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백신 예방접종에 대한 국가 신뢰도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21절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현황(2020년 12월 31일 24시 기준)을 살펴보면 총 1303만6909명이 국가예방접종을 통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NIP 접종 회수는 2회 접종자 18만7853명이 있어 총 1322만4762건이다.

이같은 수치는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수치는 물론, 직전 사업 실적에도 대부분 못미치는 수치다.

정부는 2020-2021 사업에서 어르신의 경우 85%, 임신부는 45%, 어린이 중 1회 접종자는 83%, 어린이 2회 접종자는 60%의 접종률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계획을 달성한 접종 대상 연령대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직전 접종 사업 실적과 비교했을 경우 어린이 1회 접종자(81.7%)와 임신부(41.8%)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대상 연령대가 직전 사업보다 떨어졌다.

특히 13-18세와 62-69세에서의 접종이 부진했다. 이번 접종 사업에서 정부 계획상 83%를 설정했던 13-18세의 접종률은 59.4%에 그쳤다.

또한 정부와 방역당국, 심지어는 국회가 나서 연령대를 추가하면서까지 사업을 강행·독려했던 62-69세 접종 사업은 당초 계획 85%에 한참 못미치는 62.2%를 기록했다.

아직 접종 사업은 끝나지 않았지만,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낮은 신뢰도와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으로 인해 낮아진 인플루엔자 유행 가능성 등의 이유로 2020-2021 사업은 사실상 종료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실제로 직전 사업(2019-2020년도)의 2020년 1분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실적은 어르신과 어린이 모두 합쳐 15만8468건에 불과했으며, 2분기에는 8015건이었다.

낮은 접종률은 국가 조달 형태로 구매한 백신이 남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약 1259만도즈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조달 형태로 구매했지만, 현재 최소 270만도즈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지난해 백신 유통 이슈로 106만도즈를 폐기하지 않았다면 실제 남는 물량은 370만 도즈가 남았을 수도 있었다. 남는 백신은 국가가 폐기하게 된다. 금액으로는 약 230억원 규모다.

‘엉망진창 접종 사업을 국민의 코로나19 방역 노력으로 메꿔’

정부는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가 동시에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 ‘트윈데믹 대응’을 목표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대상군을 늘리고 홍보도 한층 강화했다.

이후 국회까지 나서 점점 접종 사업 연령대가 추가됐으며 오히려 접종사업 시작 전에는 백신이 부족하지 않은가에 대한 일각의 지적도 있었다.

국가 조달 지연 등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이슈서부터 흔들렸던 정부는 백신 상온노출 사건과 백신 내 백색입자 발견 등의 이슈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내 백신 접종 사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 백신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접종 사업에서 백신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낮은 접종률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계속 흔들어대는데 접종률을 지켜낼 수 있었겠느냐”면서 “접종 재개 이후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는 사망 사고가 계속 백신이 원인인 듯한 언론 보도가 지속되면서 접종률이 오르질 않았다”고 분석했다.

백신 접종 사업은 실패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개인의 방역 활동이 강화되면서 인플루엔자의 국내 유행은 일어나지 않았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제시한 인플루엔자 주간 발생 현황(51주차, 2020. 12. 19. 기준)을 살펴보면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은 1000명당 2.8명으로 2020-2021절기 유행기준인 5.8명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국민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을 다하면서 접종 사업의 실패를 메꾼 셈이다.

이제 방역 전문가들과 백신 업계는 인플루엔자 접종 사업의 신뢰도 하락이 단순히 인플루엔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코로나19 백신 접종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백신 분야를 전공한 한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사업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갖고 따라갈만큼 뚝심 있게 가야 하는데 정부의 행보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질 못하고 있다”면서 “접종이 꼭 필요하다 판단이 서면 국가가 책임지겠단 생각으로 덤벼들어야 하는데 신뢰감을 주질 못하고 책임 회피적인 생각들만 하고 있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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