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호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명이비인후과원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의학신문·일간보사] 권덕철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었다. 코로나19가 정점인 상황에서 바통을 이어 받았다.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내는 장관이 되기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바쁘게 업무를 시작한 그에 대해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이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정원 확충의지를 밝힌 부분이다. 의사 파업을 불러온 공공의대에 대해서는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았지만 이미 관련 예산을 편성하였다고 했다.

의정협의체를 통해 ‘연말’이나 내년 중 합의 가능성이 있어 예산 선반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운 연말까지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굳이 연말을 언급한 것은 의사들 의견은 무시한 채 공공의대를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 같아 걱정이다.

특히 위치를 ‘전북 남원’으로 특정하여 예산안에 포함시킨 것은 합당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청문회에서 남원 출신인 장관은 같은 지역 공무원 모임을 통해 ‘남원 공공의대’ 추진에 관여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가 부회장을 맡았던 ‘남공회’에서 감사패까지 준비했기 때문이다.

신임 장관께 두 가지 부탁을 드린다.

첫째, 청렴한 장관이 되시기를 바란다. 현재 대한민국은 코로나와는 비교할 수 없는 ‘부정’과 ‘특혜의혹’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 인사들의 부끄럼을 모르는 부정한 행태 때문에 국민들은 극도로 괴로워하고 있다. 보건복지 분야는 어느 분야보다도 과학적이기에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다. 청렴한 결정을 하여 국민들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장관이 되었으면 한다.

장관은 30년 간 보건 정책을 뚝심 있게 다루어 왔다. 쌓아온 노력과 업적에 ‘공공의대 게이트’라는 오명이 씌워지면 안 된다. 연고지에 의대 부지를 설정했다는 의혹, 시도지사 추천방식의 선발 부정 의혹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하필 장관이 교육병원으로 계획한 국립중앙의료원은 전국 의료원 중에 청렴도가 꼴찌인 곳이다. 인사특혜와 부정청탁으로 5년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수장은 정치적 계산 없이 일할 수 있는 자리다. 장관이 머무는 곳마다 청렴도가 올라가기를 바란다.

둘째, 목표를 잃지 않으시길 바란다. 장관은 ‘국민건강 보호와 환자안전’이라는 목적을 위해 의료계와 손을 맞잡겠다고 하였다. 이런 목적은 절대 공공의대 설립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 40개의 의과대학으로 포화 상태인 우리나라에 부실 의대 한 개가 생길 뿐이다. OECD ‘50-30 group’으로 인구가 6천~8천만에 이르는 독일(34개), 영국(33개), 프랑스(34개), 이태리(17개)도 우리보다 적은 수의 의과대학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에 12개의 의과대학이 마구 생겨날 때 WHO에서는 과잉 경고를 하여 정원을 동결한 적이 있다.

의사는 건물만 지어 놓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교육병원과 충분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과거 신흥 의과대학에서는 교수진이 부족하여 새벽과 야간에 벼락치기 강의를 듣게 하고 낮 시간은 공강으로 방치하는 일이 빈번했다. 국내 최고의 인재들을 뽑아 부실 교육을 시킨 것이다.

현재 발의된 공공의대 법안은 이런 위험이 있어 여러 전문가들이 실패를 예견하고 실효성 없음을 경고 하고 있다. 공공의료인을 키운다는 목적이 달성되기 어려운 방식이다. 효과적인 방법을 의학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시하고 있다. 목표에 맞게 정책을 세우는 장관이 되시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공공의료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다행이다. 국민들이 공공의료의 허점을 경험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말하는 ‘원점 재논의’는 폐교된 사립의과대학을 공공의대 이름으로 부활시키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해법을 준비하는 일이다.

신임 장관은 어느 때의 장관보다 고결한 책무를 맡게 되었다. 장관의 빠르고 현명한 결단만이 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체력을 지길 수 있다. 좋은 리더에게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지혜가 있다. 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청렴하게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시절 국가 위기를 극복해 낸 존경받는 인물로 역사에 남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