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식약처 행정권 개입됐다면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 해당”
판결 이후 업체 요청 쇄도 ‘여전’···자율심의기구신설 개정안 추진

위헌 판결난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 향방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직결되기 때문에 불법 광고의 범람에 대한 우려가 큰 의료 분야. 이는 의료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의료기기법이 2006년 10월 4일 개정될 때 의료기기 과대광고 등에 대한 사전적 예방조치로서 의료기기 광고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사전심의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의료와 제약, 건강기능식품에 거의 동일하게 존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8월에 일정 방법으로 의료기기광고를 시행하고자 할 때 반드시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한 의료기기법조항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21조 제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동조 제2항에서는 표현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 판단에 근거였다.

원칙적으로 당장은 의료기기광고를 할 때 사전심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의료기기법에서 금지한 표시나 광고를 하면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더불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위탁업무중인 식약처의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가 실질적으로 어려워진 이번 헌재의 결정과 관련해, 대안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행정기관이 아닌 곳에서 사전심의가 이뤄지는 자율심의기구의 등장도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이번 판결 내용의 디테일한 해석과 헌법재판소까지 문을 두드린 업체의 목소리 그리고 최선의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협회의 입장을 연속으로 조명하며 현주소와 향방을 모색해 본다.

[연재 순서]

① '위헌'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 새 심판대 오르나?

② 칼 휘두르는 협회, 현실 맞는 가이드라인 필요한 때

③ 의료기기협회 “자율심의기구 찬성, 업체 편에 설 것”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여기엔 의료기기광고도 포함된다. 관련 조항은 갑론을박에 휩싸이다가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헌법재판소는 광고라 하더라도 헌법이 보호하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고 보았다.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제도의 경우 행정권에 속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사전심의를 할 권한을 가지고 구체적인 업무만을 의료기기산업협회에 위탁했을 뿐이다.

판결은 나왔지만 여전히 사전심의는 계속되고 있다.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업체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요청을 계속하고 있고, 식약처의 관리감독권이 여전한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도 역시 크다. 당연히 보완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헌재의 결정이 현장을 중심으로 다시금 소환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헌법재판소는 의료기기와 관련한 심의를 받지 않거나 심의 받은 내용과 다른 내용의 광고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행정제재와 형벌을 부과하도록 한 의료기기법은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의료기기광고 심의가 민간기관인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심의 기준 및 절차 등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고 있어 심의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 검열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헌재는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는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 등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려 해당 의료기기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상업광고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이자 사전검열금지원칙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의기관의 장이 심의위원을 위촉하려면 식약처장과 협의해야 하고, 위원의 수와 자격 등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해서도 식약처 고시로 규율하는 등 위원회 구성에 행정권이 개입할 뿐만 아니라 지속해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그 구성에 자율성이 보장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된 의료기기법 조항은 ▲제24조 제2항 제6호(기재 및 광고의 금지) ▲구 의료기기법 제36조 제1항(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의 정지 등) 제14호 ▲구 의료기기법 제52조 제1항(광고의 심의) 제1호 등이 있다.

헌재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이미 의료광고, 건강기능식품광고 사전심의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하에 위헌 결정을 내린바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광고와 건강기능식품광고 사전심의제도는 각각 지난 2015년 12월, 지난 2018년 6월에 중단됐다.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제도 역시 동일한 근거로 위헌 판단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는 지난 2018년 9월부터 의료법 개정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의료광고 사전심의제도가 사라졌던 기간 동안 광고 심의신청 건수가 급격하게 감소했으며, 소비자가 현혹할 우려가 높은 불법·과장 및 허위 광고가 난무했다. 이로 인해 당시 국회와 의료계는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국회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자율심의기구가 의료광고를 사전 심의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의료단체, 소비자단체 등 다수의 심의기관이 사전 심의를 할 수 있게 했다.

업체 사전 심의 요청 여전, 독립된 자율심의기구가 해답?

벌써 비슷한 상황이 의료기기 분야도 예견되고 있다. 의료광고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제도 또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있고 있다.

실제 위헌 판결 이후에도 의료기기 업체들은 광고 관련 제재 수위가 높은 만큼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사전 심의를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서는 의료기기광고와 관련 식약처 대신 자율심의기구를 신설하고 사전 심의를 실시하는 법안이 추진됐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지난 30일 의료기기 분야에서 독립된 자율기구의 광고 사전심의가 이뤄지도록 의료기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행정기관이 아닌 독립된 자율심의기구에서 의료기기광고에 대한 사전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도록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정숙 의원은 "이번 법안을 통해 의료기기광고 사전심의에 대한 위헌적 요소를 해소하고, 불법 의료기기 광고 난립을 방지해 불법 의료기기 광고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위헌 결정으로 앞으로 의료기기광고 규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모바일과 SNS의 확대로 광고 시장의 규모가 더욱 팽창되면서 이와 관련 분쟁들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심판대에 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2부- <칼 휘두르는 협회, 현실 맞는 가이드라인 필요한 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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