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의 눈에 비친 헤르만 헤세의 작품세계 정신역동적으로 설명

[의학신문·일간보사=] 헤르만 헤세는 몰라도 “알을 깨는 아픔‘이라는 명언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다. 알을 깨는 아픔은 헤세의 일생을 통해 진행된 경험과 상처, 아픔의 원인을 찾아가는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문학작품에 대한 감동을 넘어 더 깊은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생에 걸친 작품을 읽어 보고, 작가의 살아온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헤르만 헤세는 정신과 의사들에게 매력적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인 민성길 교수의 눈에 헤세의 작품들은 남다르게 다가 왔다. 헤세의 유년시절부터 청년기, 중년시절, 노년기에 쓰여 진 작품 속에서 헤세의 아픔과 내적인 투쟁이 정신과 의사의 눈에 보인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고뇌하며 깊은 우울증에 빠진 헤세..

이 책은 650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이다. 읽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챕터별로 헤세가 삶의 단계마다 겪은 사건들과 당시 쓴 소설의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행동을 정신역동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린 헤세가 “정체성”을 형성해 감에 있어, 어릴 때 겪은 부모와의 관계와 가문의 엄격한 기독교 경건주의로 인해 받은 “트라우마”의 영향이 어떻게 헤세의 평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있다. 헤세가 그의 평생에 걸쳐 어떻게 반응하고, 그런 갈등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이 어떻게 문학으로 표현되었는지 등등이 깊이 다루어지고 있다.

중년기의 정신분석적 문학이 청년기의 낭만적 방랑의 문학과 노년기의 지성의 문학과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이해 할 수 있다.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유리알 유희』에서 헤세의 최종적 사상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그가 어떻게 60년대 세계 젊은이들의 영적 지도자로 추앙되었고 그가 죽기 전날 밤에 쓴 최후의 시에서는 헤세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등, 헤세의 “진실”이 다루어지고 있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헤세가 겪었던 우울증과 경건주의, 그리고 정신과 교수의 눈으로 바라본 정신분석은 어떤 것일까? 헤세의 문제는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겪는 그러나 대개 무의식화 되어 있는, 트라우마와 성과 사랑과 미움에 대한 갈등과 이를 해결하려는 내면의 길에 대한 문제라고 민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헤세의 작품 속에 담긴 헤세의 일생에서 민교수 자신의 모습을 찾는 작업을 했는지도 모른다. 오랜 저술 기간을 통해 헤세를 바라보는 민교수의 통찰력과 고백이 담겨있다. 헤르만 헤세를 좋아하는 분들과 알을 깨는 아픔의 삶을 사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 드린다.

[역자:민성길(연세대 의대 명예교수, 전 서울특별시은평병원 원장, 전 대한사회정신의학회 회장), 서평자: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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