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최근 21대 국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건드려보는 의사 옥죄기 법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위‘친절한 의사법’, ‘투 스트라이크 아웃법’, ‘공보의 신분 박탈법’, ‘의사단체 행동 금지법’, ‘의사징계강화법’ 등 면허를 규제하는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됐다.

국민을 위한다는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상식에 벗어난 내용들로 가득하다. 입법의원들의 비전문성과 정치적 보복의 속내가 물씬 풍기는 법안들이다. 선의에 감추어진 진의(眞義)는 너희들 한번 당해봐라. 꼼짝 달싹 못 하게 법으로 옭아매어 버리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상식과 보복은 특권도 개혁도 아닌 독선과 오만으로 오염된 정치폭력일 뿐이다. 다음 회기로 법안심의가 연기되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법이라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에 매우 신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헌법 제37조제2항에서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라고 한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반드시 법률의 형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수권(授權) 규정이자 법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국가가 반드시 준수해야 할 한계를 선언한 것이다. 비례의 원칙(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려면 다음 네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⑴ 입법 목적의 정당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목적은 헌법 및 법률의 체제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입법으로 규율하려는 사항이 헌법 제37조제2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해당되는 사항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⑵ 방법의 적정성(적절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법은 효과적이고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⑶ 피해의 최소성: 기본권 제한의 조치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적절한 것이라도 보다 완화된 다른 수단이나 방법(대안)은 없는지를 모색함으로써 그 제한이 필요 최소한의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⑷ 법익의 균형성: 입법에 의하여 보호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私益)을 비교형량 할 때 보호되는 공익이 더 크거나 적어도 양자 간 규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가지 기준의 어느 하나에 어긋나는 입법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

현재 집권여당에서 발의중인 면허관련 입법안들은 이 4가지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첫째, 목적이 정당하지 못하다. 국민을 위한다는 선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목적은 의사 길들이기와 보복성 법안이기 때문이다. 둘째, 방법이 적절하지 못하다. 면허관리는 역사적으로나 세계적으로 전문가 집단이 담당하는 것이 적절하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법으로 조이고 윽박지르는 방법은 받아드리기 어려울뿐더러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최소한의 피해만 주어야 하는데 과도한 입법을 제안하고 있다. 의사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기에 원치 않은 파산을 당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무리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하더라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의료과오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면허를 정지시키고 취소시키려는 것은 과도한 입법을 넘어 가혹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공익을 위해 강요된 자선과 선의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합당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 한 마디로 위헌의 소지가 있는 법들을 창조하고 있다. 비상식과 보복을 즐기는 동안 의사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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