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 자주적, 개인적 선택이라는 재판부 판단은 사회적책임 간과한 판단" 지적
추후 항고심 혹은 유사 사례 공판 과정 모니터링 후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KT&G를 비롯한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건보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공단이 패소한것과 관련해 보건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은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인식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보건협회(회장 박병주) 및 15개 학회는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인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제조사 포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보건협회는 먼저 담배피해 소송 배경에 대해 재판부의 책임있는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협회는 “미국에서는 1998년 담배회사와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있으며, 2017년 TV와 신문에 담배해악에 대한 사과 광고를 내도록 담배회사에 명령한 바 있다”면서 “이와 달리 우리나라 대법원 재판부는 2014년, 흡연과 개별 환자들 간의 폐암 발병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의 손을 들어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과거 제공한 면죄부에 따라 담배로 인한 국민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보건협회는 ‘흡연은 흡연자의 자주적 선택이며, 담배제품에 대한 충분한 건강위험 경고가 주어졌다’라는 재판부에 대해 책임있는 인식전환을 요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건보공단이 제기한 소송을 2020년 11월 20일 원고 패소판결을 내리면서 ‘흡연자의 자주적 선택에 의한 결과이므로 불법적 가해행위가 아니다’라는 6년 전 대법원 판결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보건협회는 “이는 담배회사의 제조기술 진보, 홍보마케팅 전략의 사회적 위험성을 무시한 안일한 인식”이라면서 “재판부의 판단은 개인과 사회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관계성에 반하는 시대착오적 판단이고 건강추구행위와 결과를 개인적 수준에 귀속시키는 입장은 건강이 개인 책임 외에 사회의 책임이 더해진다는 이미 증명된 사회구조적인 요인의 중요성을 간과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인과관계 판단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을 바꿀 것을 협회는 주장했다. 인과관계에 대한 인정 여부를 2014년 대법원 판단과 동일하게 판단한 현 재판부의 판단은 인과관계에 대한 편협하고 왜곡된 해석의 재론에 불과하며,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역학적 인과관계를 무시하고 법률적 인과관계 만을 중시한 편협한 해석이라는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협회는 “국민건강은 가장 기본적이고 최우선적인 행복추구권의 바탕이며, 담배라는 제품이 갖고 있는 다면적인 역사적, 사회적, 공중보건학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복합적인 사회현상으로서의 담배제품 사용을 ‘평면적이고 단편적인 개별적 법률적 인과관계’ 만으로 단순화하여 평결을 내린 재판부”라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결코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나라 사법부 전체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대한보건협회와 15개 회원학회는 이번 소송의 항고심 혹은 유사 사례의 공판과정을 면밀히 모니터할 것이며, 또 다시 이런 전근대적 인식에 근거한 판결이 반복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