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4합의 정신 잊었나" 의료계 전역서 반발 고조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 의장은 지난 9월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만나, 의-당 합의서에 서명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역·직역을 막론하고 의료계 전역에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보건의료전문대학원 설립 예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된 문제는 지난 9월 4일 의·당·정합의문을 통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재논의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월 4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 이하 의협)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를, 복지부와 의정합의문을 각각 작성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의대 신설 관련 논의를 중단,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국회 내에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점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의협과 재논의하기로 했다.

또 복지부는 의협과 의정협의체에서 국회 내 협의체 논의의 결과를 존중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협의할 것을 합의했다.

하지만 여당과 복지부는 마치 합의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예산을 책정해 선반영하겠다며 국회 복지위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

복지부는 이미 공공의대 위치를 전북 남원으로결정, 학교 및 기숙사 설계비란 명목으로 2억3000만원(총 설계비 11억8500만원의 20%)을 2021년 정부 예산안에 포함시켰다는 후문이다.

특히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공공의대 예산에 대해 “의정협의체에서 합의되고 관련 법안 구성이 된 뒤에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아서 통과시키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협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은 협의를 전제로 한 합의를 해놓고 이미 정해진 결론에 따라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것은 그 약속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정책을 강행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합의에 대한 위반으로 볼 수도 있다. 국회와 정부의 신중한 결정과 9.4 합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정협의체 구성해 처음부터 재논의해야=아울러 개원의들은 사실상 의정합의의 파기나 마찬가지인 공공의대 예산 선반영에 대한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이하 대개협)는 “우리나라 의료의 틀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공공의대 신설을 왜 이렇게 서둘러야하는지,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예산을 선반영해야 할 정도로 응급한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미 실패한 서남의대의 무리한 정책추진의 결과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개협은 “의정합의 파기를 의미하는 공공의대 예산 선반영을 추진하는 여당과 복지부는 즉각 입장을 철회하고,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한 일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해야한다”며 “앞선 약속대로 의협과 협의체를 구성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의료체계를 설계하고, 선진적 의료 백년대계를 차근차근 수립해나가야한다”고 조언했다.

신경과 의사들은 앞선 의정합의대로 의협과 협의체를 구성해 공공의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복지부가 이미 공공의대의 위치를 ‘전북 남원’으로 특정한 것도 황당한데 아직 설립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학교와 기숙사의 설계비 예산을 먼저 편성하겠다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게다가 이미 해당 지역에 공공의대 설립 부지 선정과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뒀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서 무기한 단체행동 등 강경 대응해야=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병의협 비대위)에서는 사실상 의정합의가 파기된 것으로 보고, 의협에서 보다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복지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목표로 2021년 예산을 책정한 것은 이미 명백한 의정합의 위반이라는 이유에서다.

병의협 비대위는 “정부와 여당이 실질적으로 의정합의 파기를 시사한 상황에서 의료계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정부 및 여당과 직접적으로 협상을 했던 의협 범투위는 공공의대 예산안 선반영이 이뤄지면, 이는 실질적으로 여당과 정부가 합의를 먼저 파기하는 것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병의협 비대위는 “국민과 의료계를 기만한 여당과 복지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의협 범투위는 의정합의 백지화와 무기한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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