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25>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클래식 에티켓 “박수”

[의학신문·일간보사] “언제 박수를 칠지 몰라서 클래식 음악회 갈 때마다 고민이 되시나요?”

보통 클래식을 자주 접하는 애호가 혹은 전공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아닌 이상 클래식 음악회를 가볼 기회가 흔하지 않다. 자주 접하지 않는 장소 혹은 ‘우아한’ 분위기 때문에 갑자기 클래식 음악회를 가게 될 때 적지 않게 당황할 때가 많을 것이다. 가장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부분이 바로, ‘언제 박수를 쳐야하나’의 이슈인 것 같다.

박수를 치긴 쳐야 하는데, 어디서 쳐야 무난하게 다른 클래식 ‘지식인’ 들에게 묻어 갈 수 있을지, 혹은 나 혼자 틀린 부분에 박수를 쳐서 창피를 당하는 건 아닌지, 지금이 악장의 끝인지 곡의 끝인지 알 길이 없으니 음악회를 즐기기도 어렵고 긴장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안전한 방법부터 짚고 넘어갈까?

보통 오케스트라의 연주 일 경우, 곡이 언제 완전히 끝났는지 모를 상황에도 지휘자가 객석을 돌아보거나, 만약 솔로 협연자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할때 박수를 친다면 아주 안전하다. 그때는 이미 대부분의 관객이 박수를 치고 있을 타이밍이기 때문.

실내악, 예를 들어 독주가 아닌 두명에서 8명 혹은 10명 정도까지 연주하는 소규모의 ‘앙상블’ 연주때에는 연주자들이 연주를 끝내고 일어서려는 제스쳐를 취한다. 바로 이때, 아주 열렬히 박수를 친다면 이 또한 안전하다.

그렇다면 왜 곡이 끝나기 전에 박수를 치는 것이 클래식 음악회의 “금기” 사항으로 자리잡은
것일까? 음악의 한 작품은 하나의 스토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감동적인 영화를 관람하러 갔는데 중간에 살짝 엔딩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치자. 확실치 않은 그 부분에서 만약 누군가가 일어나 나가던가,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갑자기 박수를 치면 얼마나 분위기가 깰까?

영화, 연극 또는 음악의 스토리에는 다양한 강약과 긴장과 이완을 동반하는 흐름이 있기 마련이기에 배우나 연주자가 그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관객 또한 일조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이러한 전통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독일 후기 낭만파 작곡가인 바그너 Richard Wagner- 그는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실현하고 스스로 신적인 존재로 등극하기 위하여 독일 바이로이트 Bayreuth에 자신의 작품 만을 상영하는 오페라 극장을 지었던 인물이다. 그는 이토록 자신과 자신의 작품을 신성하게 생각했기에 관객이 악장과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행위’를 자신의 음악에 대한 모독이라고 여겼고,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절대 박수를 치지 못하게 하였다.

이런 의외의 경우도 있다. 분명히 곡이 끝났는데도-대부분은 아주 조용하게 곡이 끝났을 경우- 지휘자가 올린 팔을 바로 내리지 않고 천천히 내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곡의 여운을 끝까지 느끼면서 긴장감을 유지해달라는 일종의 ‘신호’ 와도 같다. 박수는 지휘자가 팔을 내린 후 관객을 향한 후에 쳐도 절대 늦지 않다.

그렇다면 어떤 관객이 가장 “좋은” 관객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연주자의 입장과 퇴장 시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관객이다. 즉 연주자가 무대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인사하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마음껏 응원해주는 관객이 가장 연주자들에게 큰 힘과 기쁨이 된다.

외국과는 달리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클래식 음악의 문턱이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 클래식 음악회를 갈 기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접해보기를 필자는 적극 추천한다. 다소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문화예술”로 여겨 지기도 혹은 즐기기 어렵거나 지겨울 것 같은 편견이 있기도 하지만, 어떤 분야가 되었던 새로운 시도는 많이 접하는 만큼 배우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앉아서 하품만 하다 나오는 음악회가 아닌, 즐길 수 있는 문화 생활을 위한 팁 몇가지를 제시한다.

음악회를 즐기기 위한 팁

  1. 미리 연주회의 프로그램을 숙지하여 간단한 배경에 대하여 사전 지식을 쌓는다.
  2. 연주되는 곡들을 온라인으로 찾아보아 몇 번 듣고 간다- 처음 듣는 곡보다 반복해서 들을 때 오는 감동이 남다르기 때문!
  3. 연주되는 곡이 몇 개인지, 악장은 어떻게 분류 되어 있는지 미리 숙지하여 박수 칠 타이밍을 예상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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