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도래
K방역 시스템-제품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 고려해야
권역별 ‘정부간 협력-민간중심’ 접근법 차별화 필요

- 배좌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제의료본부 의료해외진출단장

배좌섭

[의학신문·일간보사] COVID19는 한국 의료해외진출에 있어 과연 기회일까, 아니면 위기일까?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궁금해 하고, 또 필자의 의견을 물어보곤 한다. 필자가 드리는 답은 결론적으로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여러 가지 제한으로 인해 어렵지만, 코로나가 통제가능한 수준이 되면 아마 지금보다 다른 국가들로부터 제안되어지는 협력요청과 비즈니스 기회가 훨씬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긍정적인 예측의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상황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얼마 전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발표한 보건산업 수출실적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보건산업 수출액은 총 23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69.2%가 증가하였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약품이 8.4억달러로 84.8% 증가, 의료기기가 6.2억달러로 82.6%가 증가되었으며, 화장품이 8.4억달러로 48.8%로 증가되었다.

특히 진단키트 등이 포함된 진단용 제품의 9월 수출은 2.9억달러로 전년 동월대비 무려 1249.3%(전월 대비 59.5% 증가)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증가치로 보건데 단연코 올해는 지난해 보건산업 수출액인 157억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KHIDI 월간 보건산업 수출동향 2020년 10월호) 많은 이들이 분석하듯이 이러한 결과는 한국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세계의 긍정적인 평가로 인함인데, 코로나로 인해 ‘K-방역(K-Quarantine)’으로 지칭된 한국의료가 지난 10년 동안 알려진 것보다 올 한해 더 많이, 더 넓게 세계 각국 언론에 노출되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치 한류, K-POP이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것처럼, K-방역도 한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렇다면 K-방역은 어떻게 또 다른 한류가 될 수 있었을까?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김재헌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한빛비즈, 2020)’라는 저서에서 K-방역으로 알려진 한국의료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탁월한 의료접근성으로 인한 국민의 신뢰 확보 △메르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준비된 정책 △선제적인 선별검사와 국경의 개방 유지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즉, 이를 종합하여 표현한다면, 코로나에 대응한 한국의료 강점의 가장 핵심은 ‘안정화된 의료시스템과 제도(Policy)’와 ‘높은 의료수준과 첨단 ICT기술의 혁신적 융합(Technology)’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좀 더 폭넓게 표현하자면 ‘효율적 공공거버넌스와 첨단 기술의 혁신적 결합’인 것이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계속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야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잠시 다가올 미래로 시선을 돌려보자. 과연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의 보건의료는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가? 여러 전문가의 분석을 바탕으로 필자가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면, 우선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코로나는 비대면 의료,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도입되도록 만들었다.

다음으로,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할수록 ICT 기반 스마트 호스피탈(Smart Hospital)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ICT 기반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이므로, 향후 의료분야는 정보와 정책, 기술이 통합된 거점 스마트 호스피탈의 전국·세계적 네트워크화로 발전될 것이다.

아울러, 민간보험 서비스가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될 것이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국경을 넘어선 환자의 이동이 급증할 것이며, 이를 위한 민간보험 서비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료분야와 시장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양적·질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미래학자 제이슨 셍커(Jason Schenker)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변덕스러운 금융시장, 팬데믹의 위험성과 자동화 시대에 변화지 않을 기회의 직업이자 분야로서 서슴지 않고 “의료”를 꼽고 있다. 실제로 미국노동청 통계에도 나와 있듯이, 2028년까지 직종별 최대 신규 일자리 창출분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업의 대다수는 간호사, 간병보조원, 작업치료보조사 등의 의료직군으로 예측되고 있고, 이 예측은 코로나와 같은 세계적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과 인구노령화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변화에 맞춰 한국의 우수한 의료를 어떻게 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필자는 크게 두 가지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코로나를 통해 알려진 한국의료의 우수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널리 전파해나가야 하며, 둘째는 이렇게 전파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하여 한국의료의 강점을 살린 특화된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우선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 전문분야는 K-방역 브랜드를 활용한 ‘코로나 진단+IC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가 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방향성 하에 두 가지 진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시스템(제도 및 정책)과 제품의 동시 진출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ODA(공적개발원조)를 적극 활용하여 KSP(지식공유사업), 인력교육, 전문컨설팅을 통해 K-방역의 노하우를 전세계에 전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주요 진출주체는 방역의 실전경험을 가진 공공기관과 의료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기업들을 중심을 한 K-방역 제품들의 수출이 동반되어야 할 터인데, 이는 의료기기, 제약, ICT 등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욱 효과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단일 품목의 구성보다는 진단검사 장비-시약-방역물품-진단검사 시스템 구축-전문가 파견 및 현지 인력 교육이 입체적으로 시스템화·패키지화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출입은행, KDI, 코이카, KOFIH, KOTRA, 조달청 및 UNOPS, ADB 등 국내 전문 지원기관과 다양한 국제기구와의 협력체계 구성이 밑받침되어야만 한다.

둘째는 주요 권역별 접근방법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신북방, 신남방, 중남미, 중동은 정부 간의 협력(G2G)을 통한 공공 주도의 접근이 필요한 곳이다. 이러한 권역은 저개발국 및 개도국의 경우 ODA와 PPP(민관협력사업)사업을 활용한 접근이, 중동 등 자원부국의 경우 정부가 주체가 되어 설립하는 다양한 공공병원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수주하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러시아, 중국의 경우에는 G2G보다는 민간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곳이다. 이렇듯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는 국가, 경제제재 대상국, 현실적으로 정부간 협의가 어려운 국가의 경우 해당국 민간자본(대기업)을 활용한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는데, 이는 해당국 대기업의 의료사업 추진에 합작파트너 또는 컨설턴트가 되는 형태이다.

다시 돌아와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상황은 더 자주 더 오래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분명 인류에게 코로나는 심각한 보건의료의 위기이자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간 망설이고 미루어왔던 여러 분야의 혁신을 앞당기는 방아쇠(Trigger)가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인류역사에 있어서 위기라는 존재는 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적 변화의 계기가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다른 분야들보다 보건의료분야는 그 변화의 정도와 깊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 위기를 한국의료 혁신의 기회로 삼는다면, 한국보건의료의 미래는 코로나와 더불어서도(WITH CORONA), 또 코로나를 지나서도(POST CORONA) 글로벌 헬스케어의 리더로서 든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저서에서 미래학자 제이슨 생커가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언급한 글을 소개하며 짧은 원고를 마치고자 한다.

“… 코로나19로 심각한 인명 피해와 손실이 발생한 가운데서도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기회란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장기적으로 공중보건, 교육, 경제적 결과를 향상할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 닥칠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대비할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은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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