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지난 여름 의료계 총파업 당시 복지부 간담회 자리에서 ‘의대증원을 추진해줘서 고맙다’고 한 병협회장의 발언 때문에 불거진 대학병원장들의 회무 거부 등 반발기류가 심상치 않다.

당시 정영호 협회장의 발언은 의대정원 증원을 강력 반대해온 전공의들을 자극하면서 강경 파업의 빌미를 제공했고, 사태 수습에 나섰던 대학병원장들은 협회장에 대한 항의 차원서 협회 보직을 사퇴(6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3개월째를 맞았지만 대학병원계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소병원계에선 '협회장이 단순히 인사치레로 한 말인 만큼 이해하고 넘어갔으면' 하는 입장인 반면 대학병원계를 대표하는 3개 단체(사립대의료원협의회, 사립대병원협회, 국립대병원장회의)는 회장의 사임을 공식 요구하는 등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병협회장은 공인인 만큼 “의도하지 않은 발언이라 해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대학병원계의 주장이다. 이처럼 대학병원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의정 대립 구도 속에서 보여준 협회장의 존재감과 리더십에 대한 실망감 등도 담겨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병원협회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등 다양한 직능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직능별 대립과 반목이 불가피하다. 내가 속한 직능에서 보면 균형적이지만 다른 직능 입장에서 보면 오해와 불만을 살수도 있기 때문에 작은 정책 결정이라도 신중함이 요구된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병원장들의 입장 변화를 이끌 만 한 합당한 명분이 주어져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병원장 등을 개별적으로 만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론 충분치 않을 것이다. 적어도 대학병원계의 요구 사항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주요 정책을 다룰 위원회 강화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합리적이고 포용력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시간을 끌면 분열의 골은 깊이 질 수밖에 없다. 대학병원계에서는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회무 불참은 물론 회비 납부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협회장을 둘러싼 갈등 양상이 장기화 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원병원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병원계 원로와 협회 명예회장단에선 “어떠한 경우에도 병협의 분열만은 안된다”고 강조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협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협회가 더욱 결속해 병원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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