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치매와 같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도 국가책임 인식 전환 필수
중증질환-희귀난치병 등도 환우-가족 심리적 탈진 대한 적절한 의료 제공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더 이상 조현병을 방치하지 않고, 국가·사회적으로 함께 책임을 고민해봐야할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현병 환자가 자신을 치료한 의사나 무고한 시민을 해하는 등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가족들이 조현병 환자를 살해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23년 넘게 조현병을 앓고 있는 딸을 돌보느라 몸과 마음이 지친 친모가 딸의 병이 점점 깊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친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와 관련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마치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 가족 모두가 피해자”라며 “전국의 많은 정신질환 환우와 그 가족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치매의 경우 가족 부양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국가책임제부터 장기노인요양제도까지 지원책이 있지만 조현병의 경우 전무하다.

하지만 조현병의 경우 치매보다 더 유병 기간, 즉 병을 앓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그만큼 가족들의 고통도 더 크다는 것.

이에 따라 주요 정신질환이나 자폐성장애 지적장애 등의 정신 및 뇌기능 관련돼 오랜기간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도 국가에서 책임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의사회는 “정신질환을 앓는 환우를 돌보는 것이 온전히 가족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사회 공통의 책임이라는 인식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오랫동안 투약과 입퇴원의 반복 등으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하는 가족들에게 국가 차원에서 돌봄 인력이나 외래치료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의사회는 준비되지 않은 탈원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환우와 가족들이 없는지 재고해야한다는 점도 꼬집었다.

의사회는 “정신질환도 경도에 따라 적절한 환경에서 맞춤형으로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재 급성기의 전문적 치료와 만성기의 상황에 맞는 돌봄 모두 인권을 이유로 제대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회는 “인권을 잣대로 자유를 주고 방치하는 것이 진정 환우를 위한 것인지 되돌아봐야한다”며 “환우와 가족 모두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사회에서 만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인권”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의사회는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중증질환이나 희귀난치병, 신체장애에 대해서도 환우와 그 가족들의 심리적 탈진에 대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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