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WD, 국내외에서 의약품 개발ㆍ허가 심사 임상시험 설계 활용도 주목
국내 대표급 심평원 RWD, CDM 통해 활용 극대화 전망…희귀질환치료제 개발 조력 가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RWD(Real World Data, 실제임상자료)를 활용해 도출한 RWE(Real-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의 다양한 활용가능성이 최근 주목되는 가운데, CDM(Common Data Model, 공통데이터모델)을 활용해 국내 대표적 RWD인 심평원 자료의 활용이 더욱 극대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HIRA 빅데이터 브리프 제4권 2호 ‘임상시험의 효율적 디자인 시뮬레이션, 사전 예측을 위한 HIRA빅데이터 활용 가능성(저자 이형기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으로부터 나왔다.

RWD는 임상시험이 아닌 비중재적(non-interventional) 또는 관찰 방법을 사용해, 주로 연구
이외의 목적으로 수집한 자료를 말한다. 대표적인 RWD에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이하 EMR) 자료ㆍ급여청구(health claims) 자료ㆍ질병 레지스트리 자료ㆍ라이프로그 자료가 있다. 적절한 방법을 사용해 다양한 RWD를 잘 가공하고 분석하면 의약품이 사용되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질병의 진단 및 치료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의약품의 진정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실용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을 총칭해 RWE라고 부른다.

의약품 시험 및 허가에서 RWD/RWE 활용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유럽·일본의 의약품규제기관들은 의약품의 허가, 적응증 확대, 임상시험 설계 및 시판 후 약물감시(pharmacovigilance)에 필요한 근거 자료를 생성하는 데 ‘실제임상자료(Real-World Data, 이하 RWD)’와 ‘실제임상근거 (Real-World Evidence, 이하 RWE)’의 활용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존 제도의 틀은 유지하면서도 RWD/RWE에 근거해 의약품을 허가하는 방식을 제도권 내로 끌어들이려는 새로운 시도이다.

국내에서도 RWD/RWE를 의약품 허가 심사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중 심평원과 건보공단 두 기관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2019년 5월 기준 6조 4000억 건에 달하며, 특히 의료기관에서 심평원에 제출하는 급여청구자료는 전 국민을 포괄하므로 이는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RWD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에 기 구축된 RWD를 바로 임상연구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이형기 교수는 지적한다. 자료 자체는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측정 방식이나 대상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서로 연결되지 않은 독립 개체, 기관, 단체가 자료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MR의 경우 각 의료기관이 독립적으로 각자의 EMR을 기록하지만, 외부로 반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다기관에 걸쳐 개인 환자의 건강 상태를 연속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급여청구자료의 경우 개인 환자의 구체적인 임상 정보와 검사 결과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 국민 약 3% 정도에 해당하는 자료만 임상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분절된 RWD만으로는 이들을 연계하지 않는 이상 의미 있고 활용도가 큰 RWE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게 이형기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시판 후 약물감시에 급여청구자료와 EMR 등의 RWD/RWE 활용 방안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시범사업의 하나로 2019년 국내 최초로 건보공단ㆍ심평원ㆍ질병관리본부ㆍ국림암센터와 같은 4개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개인 단위로 연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마련했다.

이형기 교수는 특히 데이터의 이질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분산연구망 방식을 활용한 공통데이터모델(CDM)을 주목했다.

CDM은 기관별로 상이한 데이터 용어와 구조를 표준화한 모델로, 물리적 통합 없이도 분석 코드를 수행한 결과(통계)값만 공유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다기관 공동 연구 수행이 가능하며, 각 의료기관에서 보유한 환자 개인의 원본 데이터는 데이터 보유기관 밖으로 유출되지 않는다.

최근 심평원은 CDM을 활용한 코로나19 검사 및 진료 청구자료를 분석할 수 있도록 처음으로
임상데이터를 대규모 오픈 소스 형식으로 공개하였다. 심평원은 연구자가 제출한 분석 코드 결과 값만 제공하게 된다.

이형기 교수는 “이러한 방식은 향후 CDM을 기반으로 심평원 청구자료와 병원 청구자료를 연결(link)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더 나아가서 심평원이 보유한 RWD를 개인 환자의 구체적인 임상 정보와 검사 결과가 들어 있는 EMR까지 연결한다면 국내 RWD 활용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형기 교수는 심평원이 보유하고 있는 RWD와 이로부터 생성될 RWE를 활용함으로써 국내 의약품 개발 및 신약 허가를 가속화ㆍ효율화할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심평원이 보유한 RWD는 소아ㆍ노인ㆍ임산부와 같이 치료적 고아 집단(therapeutic orphan)에서 허가초과사용(off-label) 의약품의 처방 및 허가 근거를 제공하는 데 유용하다”면서 “아울러 심평원의 RWD에는 전 국민의 건강보험 급여 자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완결성이 떨어지는 자발적 희귀질환 등록 레지스트리를 보완하거나 대치함으로써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을 조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더 나아가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 구현을 위한 국가연구코호트의 원형으로 심평원의 RWD를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타깃의 혁신적 신약 개발 과정을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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