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직역 의사단체 환자 개인정보 유출 소지 우려…행정업무 부담도 호소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21대 국회에서도 다수 발의되자 의료계 전역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 법안 자체가 겉으로는 국민의 편의를 내세우지만 사실상 환자의 정보 취득을 간소화하면서 실손보험 적자로 흔들리는 보험업계를 위한 특혜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전라남도의사회, 강원도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국민과 의료인을 기만하는 보험업법 일부 개정법률안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전재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각 실손보험 청구 전자‧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실손보험 청구절차의 번거로움으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실손보험 가입자의 편익을 위해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업무를 대행시키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거나 이를 전문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보험계약자·피보험자 등이 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 의료비 증명서류를 전자적 형태로 보험사에 전송해 줄 것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20대 국회 당시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다.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 무더기 유출 △보험사 업무 편의 위한 국가기관 빅데이터 제공 공익 위배 △이미 번아웃 의사 행정업무 부담 등의 부당성 등이 법안 반대의 주된 이유다.

강원도의사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의 편의를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막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보험사는 환자의 새로운 보험 가입과 기존 계약 갱신을 거부하거나 진료비 지급을 보류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결국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지급률을 떨어지게 할 것”이라고 꼬집했다.

아울러 예민한 환자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보험사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어 국민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게 강원도의사회 측 지적이다.

게다가 환자의 자신의 정보를 최초로 제공한 의료기관의 비난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의사와 환자 간 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전라남도의사회도 “국민의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정보를 유출해 의사와 환자 간의 불신을 조장하고 추후 국민의 실손보험상품 가입 제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게 될 수 있는 나쁜 법안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보험 가입자 편의성을 핑계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에 청구 작업을 떠넘기는 부당한 행위를 보장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는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떄문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은 즉각 폐기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사적 계약에 대한 빅데이터 제공 공익 위배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 관련 행정 규제 문제 △환자 진료정보 유출 개연성 △보험회사 유리한 보험상품 판매 등 역선택 소지 △건강보험법 위임 범위 위반 소지 등 다수의 문제가 제기되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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