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시기 늦어지면 장애유발, 평균 수명 단축…진단 기술 발전·관련 유전자 변이 정보 계속 추가
혈액학적 증상이 많은 고셔병 혈액종양내과 역할 중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고셔병은 특정 효소의 결핍으로 세포 내 당지질(Gb1)이 축적돼 주요 장기에 진행성 손상이 일어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고셔병은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장애를 유발하고 평균 수명을 단축시키며, 심각할 경우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4~6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질환 인지도가 낮아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유병률로 계산할 경우, 국내에는 약 200~250여명의 환자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진단된 국내 환자 수는 50여명에 불가하다.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고셔병 진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질환 인지도의 제고가 첫 걸음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10월 1일 ‘세계 고셔의 날(International Gaucher day)’을 맞아 고셔병 진단에 앞장서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와 변자민 교수를 만나 환자 사례를 통해 고셔병의 표준치료요법인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와 지속적인 스크리닝의 중요성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 일답

국내에서 고셔병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특히 혈액종양내과의 관점에서 고셔병의 원인, 증상 등을 중심으로 질환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린다.

[윤성수 교수] 고셔병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간∙비장의 비대, 복통, 소화불량 및 설사, 막연한 피로감, 출혈 경향 등 다양한 증상이 비특이적으로 발현돼 다른 질환으로 오진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희귀질환 특성상 감별 진단 시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아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윤성수 교수

고셔병은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Glucocerebrosidase)를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변이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해당 효소가 활성화되어야 하나 변이로 인해 활성이 결여되고,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대식세포에 축적되어 신체 조직과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기 때문에 진단된 환자의 가족 내 유전 가능성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고셔병은 혈액암이나 백혈병 등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고셔병 의심환자에서 진단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혈액질환과 감별 진단하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윤성수 교수] 고셔병 환자에서 발생하는 비특이적 증상 중에서도 특히 혈소판 감소증, 빈혈, 고페리탄혈증과 같은 혈액학적 증상과 간•비장비대 등의 증상은 혈액내과 환자들에게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증상들이다. 때문에 고셔병 진단에서의 혈액종양내과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셔병 진단으로는 병력 청취 등의 진찰과 함께 효소활성도 검사, 유전자 검사, 골수 검사 등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혈액검사를 통한 효소활성도 검사가 정확도가 가장 높은 진단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변자민 교수] 고셔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혈액학적 증상 때문에 증상만으로는 고셔병과 혈액암을 감별 진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혈액암이 의심될 경우 표지자 검사를 통해 먼저 감별해볼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고셔병 검사를 실행해 혈액학적 증상의 원인이 고셔병인지 아닌지 정확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고셔병의 경우 효소 검사와 유전자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며, 바이오마커인 Lyso-Gb1 수치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셔병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효소 검사나 유전자 검사 등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고령에 진단받는 고셔병 환자들도 있을 듯하다. 환자 케이스가 있다면 예로 들어 설명 부탁드린다.

[변자민 교수] 최근 본원에서는 당뇨 외에 특이 병력이 없었던 70대 여성 환자가 고셔병 진단을 받았다. 빈혈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분은 복부 통증이 주 증상이었으며, 검진상 비장종대가 의심됐고, 빈혈과 혈소판감소증이 있어 CT를 포함한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비장종대가 진행되고 있어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비장적출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환자의 어머니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물질이 장기에 쌓여 장기가 커져 사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고령의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LSD 감별 의뢰를 결정했다. 절제한 비장에서 비장변연B세포림프종과 함께 고셔병으로 의심되는 세포들이 검사됐고, 의뢰한 유전자 검사상 변이가 확인돼 고셔병으로 진단하게 됐다.

그렇다면 고셔병 환자 진단 이후에는 치료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변자민 교수] 고셔병 진단 후에는 치료제의 선택과 가족 검사가 중요하다. 고셔병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질환으로 가족 내 추가 환자와 보인자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가족과 함께 상담 및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고 있다. 고셔병을 진단받은 환자가 있다면 환자 가족 구성원들의 유전자 검사가 권고되며, 가족 구성원들이 보인자 혹은 환자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고셔병 치료를 위해서는 표준치료요법인 효소대체요법(ERT)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고 환자에 따라 기질감소요법(SRT)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와 약제의 특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진단 이후 되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의 혈액학적 수치는 물론 기타 증상들의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

고셔병의 진단 및 치료에 있어서 혈액종양내과의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목표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윤성수 교수] 고셔병 증상의 특성상 진단에 있어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고셔병 환자의 약 75%는 혈액내과 전문의로부터 진단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셔병은 진단이 늦어지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우리 의료진의 역할은 병원에 내원환 환자들을 최신의 진단법으로 정확히 진단해 그에 걸맞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오랜 기간 고셔병 진단을 위해 스크리닝 검사에 집중하셨다 들었다. 고셔병에서 스크리닝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외에 고셔병 진단을 위해 또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윤성수 교수] 아직까지 진단받지 못한 국내 고셔병 환자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특히나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도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라 생각했다. 또한 혈액학적 증상이 많이 나타나 혈액종양내과의 진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셔병 진단에 있어서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앞정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고셔병 진단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고셔병 관련 유전자 변이 정보가 계속 추가되고 있는 만큼 과거 검사에서 진단되지 않았더라도 현재는 진단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반복적으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고셔병 의심 증상이 있다면, 이를 놓치지 않고 진단 검사를 시행하는 등 혈액종양내과팀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고셔병 환자에서 치료제 선택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이 있는가?

서울대학교병원 변자민 교수

[변자민 교수] 무엇보다도 환자 개개인에 따라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의 금기사항이나 상호작용 등에 대해 꼼꼼히 확인해야 하며,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치료제의 안전성, 특히 항체 형성률이 낮은지 중요하게 살펴야 하며 빠른 흡수 속도로 증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치료제가 선호된다.

마지막으로 국내 고셔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선두에 계신 전문의로서 국내 고셔병 진단 및 치료 시스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윤성수 교수] 고셔병에 대한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10월 1일은 ‘세계 고셔의 날’로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고셔병에 대해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월을 고셔병 인식의 달로 정해 다양한 인식 제고 행사를 진행한다.

고셔병의 진단과 치료 기술이 점차 발전됨에 따라 환자들의 삶의 질 또한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받는 환자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고셔병에 대한 인지도가 향상되어 미진단 환자가 감소하고 진단 기술과 치료법이 더욱 개선되어 고셔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