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은
<샘병원 미션원장, 한국생명윤리학회 고문, 의사평론가>

[의학신문·일간보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는 지난 9월 23일 ‘문재인 정부는 낙태죄 완전 폐지로 후퇴가 아닌 진전을 택하라’는 논평을 내고 정부의 낙태죄 유지 시도를 비판했다. 인의협은 “현재 정부가 논의 중인 개정 방향은 낙태죄 관련 조항을 형법에 두고, 임신 14주 이내의 임신 중단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안”이라며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어떻게든 법에 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남기겠다는 것”이라며 낙태전면허용을 주장하였다.

나는 몇 번이고 낙태죄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인의협 논평을 읽으며 내 눈을 의심하였다. 인의협이 어떤 단체인가? 인도주의 실천을 다짐하며 1987년 백여 명의 의사들이 모여 만든 윤리실천 단체가 아닌가?

초대 이사장님은 우리 모두가 존경하는 서울대병원장을 지낸 소아과원로이신 홍창의교수가 아니던가?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강조하시며 태아의 생명까지도 보듬어야한다고 늘 말씀하신 홍교수님은 한국의료윤리학회를 출범시키신 생명윤리의 원로이기도 하시다. 2대 이사장을 지내신 윤종구교수님은 신생아를 살려내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어린 생명을 끌어안으신 신생아학회장을 역임하신 분이 아니시던가?

현재 이사장을 맡고있는 염석호이사장은 산부인과의사로서 산모와 태아 모두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계신 의사일진대 어찌 낙태 전면허용을 주장하고 나설 수 있단 말인가? 과연 이 주장이 인도주의 실천을 외치는 인의협 전체 회원과 염석호이사장의 주장이라고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인도주의는 인간이면 누구나 지켜야할 도리를 따르는 것을 의미한다. 엄연한 독립적 생명체로 뱃속에 자라고 있는 태아를 살상하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인가? 꺼져가는 생명까지도 보듬고 가장 연약한 자들의 편이 되는 것이 인도주의 실천이라고 믿는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내지 못하는 연약한 생명 중에 가장 약자인 태아를 내팽기치는 낙태가 인도주의 실천이라니 할 말을 잃는다.

여성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생명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3대 기본권인 생명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은 늘 누려야하지만 이 권리가 충돌할 때는 단연코 생명권이 우선하는 것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가 이제 정신을 차리고 원래대로 인도주의를 실천하는 의사회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굳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부언하지 않더라도 그간 선배들이 쌓아올린 봉사와 생명존중의 정신이 다시금 회복되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더 밝고 풍성해지기를 기원해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