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 중견제약 CEO는 CSO(의약품 판매대행사)를 “영업조직이 없거나 미비한 제약사로부터 저가에 제품을 공급받아 역시 저가에 의료기관에 넘김으로써 사실상 리베이트 의혹을 받고 있는 영업 형태”라고 정의했다. 코로나19에도 종종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가 불거지곤 하는데 의례 CSO의 부작용이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이렇듯 제약산업계 내 CSO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 이었고, 유통난맥상을 초래하는 암적 존재로 취급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김영주 부국장

그럼에도 CSO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도대체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나 지속적으로 그 몫을 확대해 온 것이 틀림없다.지난해 9월 복지부가 제약바이오협회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324개 제약기업 가운데 27.8%인 129개소가 영업대행사 또는 총판‧대리점 영업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대형 제약들조차도 일부 품목에 대해 CSO영업을 이용한다는 것으로 대부분 제약이 어떤 식으로든 CSO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론이다.

CSO가 이렇듯 번성하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있다. 인건비 등으로 영업조직 운영에 부담이 큰 중소제약의 입장에서 효율성 측면에서 CSO 이용이 낫다는 평가는 이미 내려져 있다. 최근 한 중견제약사가 자체 영업조직을 정리하고 CSO 영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만 3~4곳 중소제약이 이 회사처럼 CSO를 통한 영업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추진중으로 알려져 있다. 날로 열악해지는 영업환경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중견제약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풀이이다.

그동안의 업계내 부정적 이미지에도 이처럼 CSO는 어려운 영업환경의 중소제약기업들에게는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더 이상 CSO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업계내에서 본격적인 양성화 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최근 CSO 영업 위주의 중소제약 CEO들이 모임을 갖고 CSO 양성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SO에 영업을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 양성화를 통해 옥석을 가려 건전한 CSO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약기업들이 앞장서자는 취지의 모임으로 전해졌다.

CSO의 양성화를 위해선 CSO의 법인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업계내 의견이다. 아울러 CSO도 제약기업들과 같이 경제적 지출보고서를 작성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이제는 CSO를 배타시 하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제도권 내에 들어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전문적 영업이 가능하도록 양성화·법인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SO 영업이 제약기업 영업에 비해 리베이트에 보다 쉽게 노출될 우려가 높은 것이 사실이나 현실적으로 제약 영업의 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경원시 하고 방치하기 보단 양성화를 통해 제도권내에 편입시켜 법을 지키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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