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별 가혹 안정성실험 지시·자체 수거 실험까지 강행
업계사, ‘과학적으로 안정성 입증해도 여론이 좋지 않아’ 고민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정민준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상온에 노출된 인플루엔자 백신 안정성을 입증하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업체 자료 제출과 자체 검사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안정성을 입증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업계는 ‘(상온 노출 독감 백신 사건은) 이미 과학적 영역을 넘어섰다’는 평을 내리고 있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백신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유통되는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제조업체별로 가혹 안정성 평가를 다시 진행해 제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혹 안정성시험은 37도에서 안정성이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아울러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백신을 자체 수거해 가혹 안정성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 실험은 평가 대상 백신을 3일간 37도의 가혹상태로 두고 이에 대한 안전성과 역가 확인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식약처가 진행하는 검사는 단순히 상온노출에 대한 역가 확인에 그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백신은 2~8도가 유지되면 역가가 천천하 떨어지지만 온도가 올라가면 백신의 역가가 더 빨리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식약처는 이번 독감 백신의 상온노출이 제한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 잠깐 노출되면 역가가 그렇게 빨리 떨어지는지를 WHO 가이드라인과 식약처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역가가 떨어지지 않있는지, 안전성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이 식약처는 고강도의 안정성 평가를 통해 ‘백신 신뢰도 회복과 안전성·유효성의 과학적 입증’이라는 미션을 달성할 계획이다. 특히 식약처는 WHO의 ECTC가이드라인 제정에도 참여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국내 가이드라인까지 만든 바 있어 그건 쌓아왔던 과학적 근거를 이번에 증명하겠다는 각오다.

역가 떨어지지 않겠지만…‘과학의 영역을 넘었다’

이를 바라보는 백신업계는 착잡한 심정이다. 사백신인 독감 백신에 대해 아무리 가혹 안정성시험을 강행해도 역가가 떨어지는, 즉 ‘유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하진 않지만 유통 재개 가능성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미 각 백신제조사들이 시행했던 안정성 검사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통상적으로 25℃에서 최소 14일 최대 6개월까지 품질을 유지했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 아무리 검사를 돌려봐도 백신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지만 이를 대놓고 말하는 업체는 없다.

업계의 이러한 분위기는 '문제 백신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백신업계 관계자는 “개원가를 포함, 이미 여론은 ‘문제된 백신은 이유 불문하고 못쓰겠다’는 분위기여서 이를 대놓고 반박하는 간 큰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백신업계 관계자는 “백신업계 일각에선 식약처가 품질을 보증하는 제스쳐를 좀 더 강하게 내비쳤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지만, 식약처 자체적으로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