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기 교수, 선별등재제도 이후 길어지는 보험급여 등재기간 개선 위해 ICER 임계치 신축적용 주장
선급여-후평가와 제네릭 가격경쟁 통한 건보재정 배분도 강조…정부는 조심스러운 입장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환자의 신약접근성 강화를 위해 ICER 임계치를 신축적용하고, 위험분담제 확대와 함께 선급여-후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 합의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3일 무소속 이용호의원과 미래건강네트워크가 개최한 ‘코로나19 시대 신약의 환자접근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로부터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형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약리학과 교수는 ‘환자의 신약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대안 분석연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신약 허가 지연과 보험급여 지연 현상과 원인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의 신약 허가 기간이 허수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가 심의 도중에 제약회사에 보완요청을 하면 그 순간 허가 기간 집계가 멈추고 제약사가 보완자료를 제출해야 다시 허가기간 집계가 시작된다. 즉, 제약사가 소모하는 기간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처음에 자료를 받을 때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나중에 보완자료를 요구하는 것인데 기업입장에서는 얼마나 오래걸릴지 판단이 어렵다”면서 “식약처의 인력도 충분하지 않고 과중합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 이유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보험급여 현상을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선별등재제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대비 효과가 좋은 약품만을 건보급여 해주고 있다.

그러나 원칙상으로는 240일에서 270일로 1년 조금 안되는 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급여까지 걸리는 기간은 심평원 자료로는 269일에서 348일이 걸리고 보완기간을 포함할 경우 항암제는 757일이 걸린다. 때문에 이 교수는 현재 경제성평가에 사용되는 기준이 적절한지 재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이 교수는 경제성 평가의 기준이 되는 점증적 비용 효과비, ICER(Incremental Cost Effectiveness Ratio, ICER)의 임계치가 낮은 점을 지적했다. ICER는 효과가 한 단위 증가할 때 드는 추가비용으로, 현재 우리나라이 ICER 임계값은 과거 2008년경의 GDP를 참고하고 있어 12년이 지난 현재 평균소득 1만달러가 증가했음에도 여전히 과거 임계치에 머물러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비교대상이 고가의 표준요법이나 다른 약물과 병용요법이라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면서 “ICER 임계치를 신축적용하고, 국민소득수준의 증가, 질병의 위중도 및 특이성, 환자의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경제성 평가가 어려운 약제나 암 중증질환치료제는 ICER값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급여대상을 확장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위험분담제도(RSA)도 대상이 이뤄지는 질환군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위험분담제의 대안으로 도입된 선별급여제도의 경우 6개 항암제를 비롯한 9개 항목에 밖에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위험분담제 항목을 확대하고 선급여-후평가를 도입해 희귀질환, 암, 중증질환 신약은 법정협상 기간(180일)을 초과시 먼저 등재하고 이후 평가해야 한다”면서 “빅데이터 AI 사후평가 또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약가통제에만 집중하고 혁신가치인정에 인색한 우리나라의 약가인하제도가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2009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당뇨병치료제 처방패턴을 분석해보니 전체 약제와 가격이 인하된 약제군의 처방량이 각각 6%에서 23%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곧 증가세를 회복했으며, 가격을 유지한 약제군의 사용량은 가격인하 정책이 없었을 상황에서 예측치 대비 연간 16%가 증가했다.

가격을 인하한 제네릭이나 특허가 만료된 브랜드 약제대산 더 고가의 오리지널 약제로 처방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치료제, 고혈압 치료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은 약가통제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비싸고 제네릭 점유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제네릭의 가격경쟁요인이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지 않다.

이 교수는 “정부의 가격통제바도 제네릭 회사 스스로 가격을 정하게 하는 것이 제네릭의 가격하락을 유도하는데 효과적”이라면서 “가격경쟁 유도를 통해 제네릭 약가인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재정상태와 관계없이 신약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는 별도기금조성 및 적용이 필요하며, 정부가 기금조성 및 운영방법 마련에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에 참석한 최경호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보장성강화를 위해 경제성평가 면제 등의 정책을 펴고있으나 실제 현장과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보고 있다”면서도 “ICER임계치 신축적용은 단순하거나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서 약가 동반 상승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단점도 존재하기에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애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 실장은 “저희가 자료 보완에 소요되는 기간을 사실을 기간에 삽입하지않아 환자들이나 업계에서 괴리를 느끼는 것으로 안다”면서 “처음 결정신청될때 충실한 자료가 들어올지, 그 기간을 당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ICER GDP 임계치 상향조정 등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건보공단 박종헌 급여전략 실장은 “협상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노력하고 있으며, 협상은 60일로 정해져 있으니 그 기간 안에 해소하려고하고 하며, 안되는 경우는 사전협상을 통해 쟁점 정리하고 정해진 기간을 줄일려고 한다”면서 “별도기금 조성을 비롯한 제안한 내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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