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 이용, 자기결정 시 더 많아…연명의료 결정, 대부분 상급종병서 이뤄져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국내 암사망자 10명 중 2.6명이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원장 한광협, 이하 보의연)이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 후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1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연명의료중단 현황 파악 및 한국형 의사-환자 공유의사결정 모델 탐색’ 연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1년간의 암사망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체 성인 암 사망자는 총 5만4635명이었으며 이 중 연명의료결정 암사망자는 1만4438명으로 26.4%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5세 미만 암사망자 1만6143명 중 33.9%에 해당하는 5470명이, 65세 이상인 암사망자 3만8492명 중에서는 8968명(23.3%)이 연명의료결정 사망자로 65세 미만인 경우 연명의료결정 비율이 더 높았다.

연명의료결정을 선택한 주체에 대한 분석을 실시한 결과, 연명의료결정 암사망자들 중 분석에 적합한 1만3485명에서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 유보 및 중단에 대한 결정 의사를 밝힌 경우(자기결정)가 7078명(52.5%)으로 가족작성에 의한 6407명(47.5%)보다 더 많았다.

자기결정 비율이 40대와 50대에서 60~68%로 나타났고, 나머지 연령에서는 최소 34%, 최대 58%의 비율을 차지해 40-50대 중년에서의 자기결정 의사가 가장 뚜렷했다.

자기결정 암사망자들은 호스피스 병동 이용빈도가 가족작성 암사망자들보다 더 높았다.

자기결정에서는 42%, 가족작성에서는 14%가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했다. 반면 중환자실(13% vs. 33%)이나 응급실(77% vs. 82%) 이용빈도는 가족작성 암사망자에서 더 높았다.

연구진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연명의료시스템 데이터도 분석, 암환자뿐만 아니라 비암환자도 포함한 연명의료결정 현황도 확인했다.

2018년 2월부터 2019년 1월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계획서, 가족진술서, 가족전원합의서 중 한 가지를 작성한 3만3794명 중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만791명으로 31.9%였다.

나머지는 가족진술서 혹은 가족전원합의서를 작성한 경우로, 연명의료결정이 가족이 작성한 서류에 의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암환자와 비암환자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비율이 암환자는 48.4%로 절반정도를 차지했으나 비암환자에서는 14.1%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비암의 경우 말기 여부의 판단이 어렵고,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는 임종기로의 진입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 환자가 직접 의사를 표명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연명의료결정의 대부분은 상급종합병원(44.2%)에서 이뤄졌으며 종합병원이 21.8%, 병원이 1.8%, 요양병원은 0.3%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환자가 노인인 요양병원에서의 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은 아직까지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윤리위원회 설치 또는 의료진과 환자 교육 등의 문제로 병의원이나 요양병원에서 운영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책임자인 권정혜 세종충남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일반인과 환자들의 대다수는 연명의료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으나, 이번 연구 결과 현실에서는 암사망자 10명 중 2.6명만이 연명의료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윤리위원회 운영의 어려움, 연명의료시스템의 접근 문제, 복잡한 서식과 교육 부족 등이 장애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제도적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은 “연명의료결정 과정이 우리 사회에서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찰과 분석,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연구가 그 정착 과정에서의 초석이 되기를 바라며, 보의연은 앞으로도 연명의료와 같은 사회적 합의와 가치판단이 필요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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