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이필수 부회장, 중앙지법서 1인 시위…“의사 보호 위한 진료거부권 보장돼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장폐색 의심 환자에게 장세정액을 투여해 사망케 했다는 의혹을 받고 의사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실형과 동시에 법정구속된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고의가 아닌 선의의 의료행위를 두고 형사처벌을 하고, 심지어 의사가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법정구속을 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지난 10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강남세브란스병원 A의사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B전공의에게는 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장청결제는 장폐색에 치명적이 부작용이 있어 원칙적으로 투여가 금지돼 있지만 해당 의료진이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던 환자에게 대장암 검사를 하고자 장청결제 투약해 결국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케 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한의사협회(회장 최대집)에서는 해당 의사들의 무죄석방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적극 보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의협 이필수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은 지난 의협 집행부의 서울구치소 철야시위에 이어 16일 오전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 ‘의료사고특례법’ 제정과 의사의 진료거부권 보장 등 촉구했다.

이 부회장은 “선의의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의료사고특례법’을 즉시 제정하라”며 “의료분쟁 에 대한 법적 형사처벌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진료거부권도 보장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법원은 신분이 확실하고 도주 우려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구속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A교수를 조속히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한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 13만 의사들은 구속된 동료의사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향후 의료계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시 모든 역량을 다해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재판부 의료전문가 무시 결과만 집착” 지적=의협뿐만 아니라 의료계 지역·직역을 막론하고,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회장 박근태)와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회장 홍광일)에 따르면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이제부터 대장암이 의심되고 장폐색이 있는 고령의 환자들은 확인을 위한 대장내시경 검사 없이 바로 수술부터 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들 단체는 “사전 확인 검사 없이 수술해서 결과가 좋지 않고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이때도 의사에게 책임을 지울 것인가”라며 “재판부는 전문가로서의 의학적 판단은 뒤로한 채 환자의 사망이라는 결과에 집착해 업무상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의들도 같은 입장이다. X-레이와 CT 촬영에서 장폐색이 진단되더라도 ‘임상적 장폐색’의 여부에 따라 처치가 달라짐은 당연하며, 사망한 환자의 진료과정은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이하 대전협)는 “같은 영상 소견을 놓고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치가 달라질 수 있다”며 “병력 청취와 신체 검진이 중요한 이유가 이것이고, 이를 종합해 임상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온전히 의사의 몫으로 남겨진다”고 설명했다.

또 대전협은 “선의를 갖고 최선의 의료를 행한 의사를 쇠창살 뒤에 가두는 것은 오직 절대자만이 알 수 있는 결과에 대한 책임마저 의사에게 떠넘기는 행위와 다름없다”며 “사법부는 의사들에게 절대자의 지위를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 스스로 절대자의 자리에 오르려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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