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예비결정 반박하는 미국 전문가들 공익의견서 제출 러시
‘메디톡스 균주 영업비밀 해당 안돼’·‘판결 근거 SNP 분석 한계’ 지적

미국내 피부과 전문의들 ‘주보(나보타 미국명) 미국 시장 지속 사용’ 요구도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 보툴리눔 톡신 논쟁이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지난 7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ITC 예비결정이 발표됐으나 미국 내 전문가들이 이를 반박하는 내용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용성형에 주로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 균주 관련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며 지난해 1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공식 제소, ITC의 예비결정이 나왔었다.

우선 지난달 18일 지식재산권(IP) 분야 소송 및 중재 권위자인 로저 밀그림(Roger Milgrim) 변호사는 “메디톡스가 자사 균주의 영업 비밀 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이번 소송은 미국 영업 비밀법상 메디톡스 균주의 경쟁 우위와 비밀 요건이 충족되지 못해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익 의견서(Public Interest Statement)를 냈다. ITC 소송에서는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제삼자도 주장, 정보 등을 포함한 공익의견서(Public Interest Statement)를 제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밀그림 변호사는 ‘일반에 공개되고 업계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물질은 영업 비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미국 불법행위법 757호에 근거해 ITC의 예비결정이 잘못됐다고도 덧붙였다. 메디톡스의 균주인 ‘Hall A Hyper'에서 파생된 균주가 수십 년간 일반적으로 유통됐고 균주 DNA(유전자) 정보도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에 이미 공개돼 비밀성이 없다는 것이다. 또 메디톡스 균주는 다른 ‘Hall A Hyper’ 균주들과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기 때문에 경쟁 우위성도 없다는 것이 밀그림 교수의 의견이다.

미생물 유전체(게놈)분야 권위자인 미국 캘리포니아대 바트 와이머(Bart Weimer) 교수도 ITC 예비결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그는 최근 본인의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인 링크드인(Linkedin)과 트위터(twitter)에 올린 글에서 이번 결정의 판단 근거로 사용된 'SNP'(단일염기다형성) 분석의 한계를 지적했다.

ITC 예비결정에서는 메디톡신의 6개 SNP가 대웅제약의 나보타 균주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에 양사 균주가 동일하다는 SNP 분석이 판결의 근거로 사용됐다. 그러나 와이머 교수는 "SNP는 정확한 계통관계(genealogical relationship)와 광범위한 관련 메타데이터 없이는 관련성을 정확히 나타내지 못한다"며 "전체염기서열분석(WGS)을 통한 유전적 거리에 따른 분석 방법이 몇 개의 공통되는 SNP 분석보다 훨씬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와이머 교수 또한 ITC에 공익의견서를 제출했다.

한편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 피부과 전문의 40여 명이 엘러간에 대해 시장 장악 기업을 뜻하는 '800파운드 고릴라'(800-pound gorilla)로 지칭하며 '주보'(나보타의 미국 제품명)를 미국 시장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엘러간은 현재 미국 내 미용 시장의 70%, 치료용 신경독소 시장의 94%를 차지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ITC 위원회는 이번에 접수된 공익의견서 등을 참고해 예비결정 재검토 여부를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6명으로 구성된 전원위원회(full Commission) 위원 중 1명이라도 재검토에 동의하면 절차가 개시된다. 이를 토대로 ITC는 오는 11월 6일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Reverse), 수정(Modify), 인용(Affirm) 등의 최종결정을 내리게 되며, 미국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단, 최종결정이 나오더라도 누구든지 60일 이내에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항소할 수 있어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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