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주축 전공의 배제 독단적 합의문 작성 탄핵감…다만 협상 앞두고 장수 변경 불가 이유
임기도 얼마 안 남아…의협 내부 ‘수장 탄핵 남발 자중하자’ 정서도 반영된 듯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지난 의·당·정 합의문 서명 과정에서 독단적인 행태를 보였다는 이유로 최근 불신임안(탄핵) 발의를 위한 ‘임시 대의원회총회’ 소집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불신임 대상자는 최대집 회장뿐만 아니라 집행부 주요 임원들도 포함돼 있으며, 이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직접 당사자였던 전공의들뿐만 아니라 의협 주변에서도 최 회장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고 있으며, 불신임안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과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이 추진 중이다.

결국 지난 한 달간 의사 파업 등 의료계 대정부 투쟁에 주축이었던 전공의들의 의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최 회장이 독단적으로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의사회원들의 불신이 높아진 것.

먼저 임현택 회장이 최대집 집행부를 대상으로 탄핵안을 준비 중이며, 지난 9일 주신구 회장도 탄핵을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이하 임총)’ 소집을 발의했다.

구체적으로 주신구 대의원의 경우 △최대집 의협회장 불신임 △방상혁 상근부회장 불신임 △박종혁 총무이사, 박용언 의무이사, 성종호 정책이사, 송명제 대외협력이사, 조민호 기획이사, 김대하 홍보이사의 불신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운영규정 등 안건으로 임총 소집을 발의했다.

하지만 최 회장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것에 비해 이에 대한 불신임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여당과 합의 과정에서 투쟁의 최전선에 있던 전공의와 의대생을 배제하면서 의료계 내분을 일으켰다는 지적 반면 정부와의 협상을 앞두고 의협 집행부를 흔들거나 장수를 바꾸는 것은 전략상 잘못됐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탄핵보다 협상이 우선이다=A대의원은 본지(의학신문)와 통화에서 “분명 최대집 회장이 서명하기 전 전공의, 의대생들과 상의해야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정부의 파상공세에 대비하는 감시체제로 가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A대의원은 “정부와 싸우는 상황에서 장수를 바꿀 순 없다. 만약 최 회장을 탄핵하면 합의문 등 죽도 밥도 안 된다”며 “지금은 현안이 산적해 있으니 우선 이를 해결하고 잘잘못은 나중에 따져야한다”고 주장했다.

B대의원도 최 회장의 탄핵만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회장이 탄핵되면 합의문도 깨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B대의원은 “정부 입장에선 합의문을 서면한 최 회장을 탄핵하는 것이 협의가 깨졌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정책을 다시 강행할 것”이라며 “지금은 최 회장의 잘못을 따지는 것보다 정부와의 협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불신임 사유될지 의문=게다가 현재 추진되고 있는 불신임안이 제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C대의원에 따르면 현재 불신임 동의안은 구체적으로 육하원칙에 따라 어떤한 불신임 사유가 있는지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형식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 의협 정관상 불신임 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때(단 협회 회무의 수행으로 인한 경우는 예외) △정관 및 대의원총회의 의결을 위반해 회원의 중대한 권익을 위반한 때 △협회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한 때라고 정관에 명시돼 있다.

즉 최 회장이 투쟁과 협상에 대한 전권을 위임 받은 상황에서 마지막 합의에서 투쟁의 주역이었던 전공의를 배제한 것이 불신임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는 것.

C대의원은 “정족수만 맞으면 무조건 불신임을 해야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집행부가 정관을 위반했는지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같은 분위기에다 최 회장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 그동안 의협 내부적으로 더 이상 수장의 탄핵이 남발되면 안 된다라는 공감대도 형성됐던 점 등을 비춰보면 불신임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의 불신임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4분의 1이상 또는 재적대의원 3분의 1 이상에게 동의서를 구하면 이를 위한 임총 소집이 가능해진다. 임총이 소집될 경우라도 재적대의원 3분의 2가 출석해야 성원되며, 출석대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불신임이 가능한 상황이다.

아울러 회장이 임명한 임원에 대한 불신임은 재적 대의원 3분의 1이상의 발의로 성립하고, 재적대의원 3분의 2이상의 출석과 출석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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