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박지현 회장, 투쟁 5단계 로드맵 공개…3단계서 1단계로 하향 조정 제안
의대생-전공의 구제 보호 물론 ‘의료정책정상화 상시감시기구’ 설립 요구 방침

[의학신문·일간보사=김현기 기자] 전공의들이 대한의사협회와 정부가 합의한 내용에 따라 파업 등 단체행동을 잠정적으로 유보하고, 진료현장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전공의들은 향후 정부의 합의사항 이행을 지켜보면서 비상사태를 유지키로 하고, 약속이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단계적 투쟁로드맵을 준비한 상황.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 5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이같이 파업 유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전공의들과 전임의들은 오는 7일부터 진료현장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사실상 국시거부로 투쟁에 동참했던 의대생들도 연기된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도 응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의료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대전협 박지현 회장은 파업 로드맵 5단계를 공개하고, 파업 유보는 자신의 불신임을 내걸고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보건복지부가 계명대 동산병원 전공의 근무현황에 대한 응급실 실사 중인 가운데 동산병원 의료진이 항의하는 모습.

박 회장이 밝힌 구체적인 파업 로드맵은 △1단계(전공의 복귀, 학생 복귀, 국시 응시, 1인 시위만 진행) △2단계(1단계와 동일하나 전공의 당직 거부) △3단계(1인 시위, 전공의 파업, 동맹휴학, 국시 거부, 수업 거부) △4단계(필수의료 포함 전체 파업) △5단계(전공의·학생 전체 블랙아웃, 코로나 업무도 모두 중단) 등이다.

여기서 박 회장은 현재 3단계에서 1단계로 하향조정을 제안한 것. 하지만 현 상황을 유지하자는 일부 강경파들이 반발하면서 박 회장은 직접 자신의 불신임을 안건으로 제기했다.

박 회장의 불신임안은 참석 대의원 197명 중에서 찬성 71명, 반대 126명으로 결국 부결됐으며, 결국 투쟁은 1단계로 하향 조정키로 결정됐다.

아울러 대전협은 파업 유보와 함께 현장 복귀하면서 △의료정책정상화 상시감시기구 설립 △의대생 국시 보호(일정 재조정) △의대생 휴학 구제 △전공의 구제 및 불이익 감시 △협의체 적절한 구성원 비율 △정책 일방적 재추진 시 파업 재개 등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대전협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최대집 의협회장이 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부와 합의문을 서명한 것은 독단적 결정”이라며 강한 비판과 함께 파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단 하루 만에 돌연 파업 유보와 함께 업무복귀를 결정한 배경에는 결국 의료계 최고 상위단체인 의협에서 정부와 합의하면서 전공의들이 파업의 명분을 상실했다는 데 있다.

게다가 의협은 파업을 중단했는데 전공의들만 지속한다면 자칫 의료계 전체가 분열된 것처럼 비춰져 오히려 투쟁력도 잃을 수 있다는 이유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번 대전협의 결정에 대해 내부 강경파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6일(오늘) 오후 3시 의협 임시회관에서 예고됐단 ‘범의료계 4대악 저지 투쟁 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합의문 최종 추인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회의가 취소된 상황이다.

이깉이 당분간 전공의들 간 내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의협 주변에서 이번 정부와 의협간 협상에서 최대집 회장의 단독적 결정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으며, 탄핵까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일부 분열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