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사회 "코로나 시국 간호사에게 부담주고 의사마저 사명 고민하게 만드는 글" 비판
젊은 간호사회,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있는 의료인력부터 지켜달라" 반응 싸늘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의료정책 반대를 위한 의사 파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올린 간호사 관련 SNS 메시지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간호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위로하는 것은 당연하나, 메시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사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 대부분이 간호사’라는 표현이 내용이 실제와 다르고 그의미가 감정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전공의 등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을 위로하며 그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린다"며 감사 인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간호사들이) 코로나19와 장시간 사투를 벌이며 힘들고 어려울텐데,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이니 얼마나 힘들고 어려우시겠냐"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폭염 시기, 옥외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벗지 못하는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면서 "의료진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대부분이 간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상남도의사회는 3일 성명을 통해 “의사와 간호사 사이를 편 가르려는 의도가 다분하고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기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경남도의사회는 “자유 대한민국 국민 중 하나인 의료인을 개인적인 잣대로 의사와 간호사로 이분하여 서로 편을 갈라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여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현재 의료계는 정부가 시작한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정책에 대해 반대하며 파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국정 최고 책임자가 무책임하게 사실을 호도하며 국민을 이간질하는 글을 게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남도의사회는 “대통령의 판단대로라면, 코로나19 사태는 간호사가 중심이 되어 해결하면 될 것 같다는 위험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고군분투 하는 간호사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는 것과 동시에, 불철주야 사명을 다하고 있는 의사마저도 심각하게 그 존재 이유를 고민하게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사회는 “국민 건강을 걱정한 의사의 절실한 파업사태를 바라보는 대통령의 시각이 얼마나 가벼운지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모든 것들이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코로나19 사태의 해결을 요원하게 만드는 새로운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대통령께서 깊이 인식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각 지역의사회를 비롯해 의사 커뮤니티 등에서도 중대한 시국에 대통령이 편가르기나 하고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대해 여당의원들과 청와대 등은 간호사들에 대한 순수한 위로였다고 해명에 나섰으나 비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SNS에 “누군가의 헌신에 대해선 고마워 하고 그 고마움을 그저 문자 그대로 받아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라고 옹호 의견을 게재했다.

간호계 공식 직역 단체인 간호협회가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가운데, 그 외 간호계 관련 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젊은간호사회는 “간호사 노고를 알아주는 것에는 감사하나 의료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면 있는 의료인력부터 지켜달라”라고 뼈있는 말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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