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성 길

<연세의대 명예교수, 정신과 전문의>

[의학신문·일간보사] "의사는 공공재”라는 정치인의 말이 의사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의사 뿐 아니라 인간은 소용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자산, 즉 물건이라는 생각 즉 그들의 “내심의 유물론”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라고 본다.

의사가 보기에 인간은 물건이 아니다. 의사로서 모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인간이 우연히 빅뱅으로 생겨난 우주 내에서 저절로 무에서 생명이 진화되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그 섭리는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의사는 의학을 깊이 공부할수록 몸의 존재함과 움직임의 원리가 무한히 신비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간땡이가 부었다“라는 말이 있지만, 간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 간을 이루는 세포들과 세포들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 세포의 분자적 구조, 그 분자적 구조 속의 원자핵과 전자의 상호작용, 등등. 그보다 더 미세한 것은 우리는 알지 못한다. 크게는 간과 창자 사이의 상호작용, 간의 혈액을 통한 뇌와 인체전체에 대한 영양보급과 해독작용, 이런 모든 상호작용을 관리하는 전체 신경계와 호르몬의 프로그램, 그리고 이런 인간의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 관리와 재생산, 즉 ”생식하고 번성“하는 메카니즘. 이 모두를 의학에서는 생명현상이라 한다. 생명현상은 우주만큼 신비하다.

사람들 중에는 인간을 단지 물질내지는 사물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 유물론자들이다. 유물론 심리학은 몸(뇌)이 명하는 대로 인간이 움직인다고 본다. 정신분석은 유물론 심리학의 하나로서 인간은 본능의 덩어리라고 본다. 이런 인간은 동물과 비슷하다. 즉 본능의 요구에 따라 행동한다. 배고플 때 먹고 발정이 되면 섹스 한다. 공격을 받으면 싸우려 한다. 원래 본능, 즉 성본능은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이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런데 유물론자들은 인간의 몸을 생명과 상관없이 쾌락만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는 몸의 오용이자 남용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몸을 하나의 기계장치, 즉 물건으로 본다. 그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뇌의 명령을 따르는데, 그 뇌는 자극-반응-재강화라는 현상을 통해 인간행동을 결정한다. 아주 기계적이다, 뇌는 인간과 동물에서 공통적이기 때문에, 가축처럼 길들이면 사람에게도 온갖 행동도 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더 나아가 유물론자들은 현대 기술로 인간을 쾌락 같은 감정이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거기에는 인간의 의지나 선의나 인간성 자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유물론에서 발전한 공산주의는 당연히 인간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자산, 즉 물건에 불과하다고 보고 사용하려 한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이나 기계와 달리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 그것은 인간성 속에 있는 “탐욕” 때문이다. 그 동물의 뇌에 본능과 지적 기능이 남아 있어 재주껏 욕심을 낸다. 음식을 더 많이 먹으려 하고 더 강한 성적 쾌락을 더 자주 즐기려 하고 공격받지 않아도 음식과 섹스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한다. 탐욕은 정신분석이나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중독”이라는 개념으로 유물론적으로도 잘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다행스럽게도 자신들이 동물과 다름없다는 자각이 생겨났다. 스스로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식욕, 성욕, 공격성 등을 자제함을 배웠다. 그래서 겨우 “인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의 문명은 인간의 “탐욕”이라는 본성 때문에 유지하기 쉽지 않다. 많은 문명들이 좋은 의미에서 나타났다가 조만간 스스로 멸망하곤 했다. 유물론 맑스주의자들은 “먹는 문제”로 자본주의를 공격하였지만 실패하였다. 이들은 섹스를 혁명의 과제로 바꾸고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공격하고 있다. 세상이 유물론으로 지배되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는 유물론이 우리를 물건 취급하고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무너뜨리려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공공재가 될 수 없다. 의사는 인간이지 물건이 아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