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은 ‘정부 의료정책 철회 발표·국회 동조’로 조기 의료정상화 수순
최악은 파업 장기화 따른 의료 공백시 의사 대체 인력 법제화 등 추진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의사단체 집단투쟁과 관련, 정부가 국시 연기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강대강 충돌을 피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극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예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아봤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대통령의 철회 발표’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부딪히고 있는 가운데 4대악 의료정책 모두를 일괄 철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과 의료정책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으며 각각의 사안마다 권한을 가진 주체들이 다 다르며, 일부는 의사결정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각각의 사안이 해결 방식이 다르다”면서 “이를 투쟁이라는 이름으로 일괄 처리한다면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 출처는 청와대 홈페이지.

이를 바탕으로, 향후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정치권 관계자들이 꼽는 ‘현실적인’ 베스트 시나리오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관련 정책 추진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명문화해 발표’하는 방법이다. 그내용에는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는 공공의대 관련 각종 법안과 관련, 국회에 ‘법안 철회를 요청하는’ 내용도 포함시키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행정부의 권한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형태이며, 국회로 공공의대 처리의 바통을 넘기게 된다. 여당이 180여 석을 차지하고 있는 현 국회 구성을 감안한다면 국회 협조가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국회 입장에서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직접 나섰다’는 명분도 가져갈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첩약 시범사업과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화를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각의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첩약 시범사업 철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바보로 만들게 돼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각종 의료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첩약 시범사업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 넘어가더라도, 불합리한 의사결정구조인 건정심을 이참에 완전히 개편하는 약속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그러나 정부가 한 직역단체의 집단행동에 굴복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어 향후 국정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분석도 있다. 국회 여당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민이 의사라는 직역이 나보다 못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 “당장 코로나로 어려운데 일각에서 바라보는 시선, 즉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선을 떼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수용해버리면 제 2차, 3차 투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젊은 의사들 또한 기존에 정부에게 주장했던 4대 의료정책 철회 요구에 못미치는 결과이기 때문에 손을 잡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통제를 벗어난 상황"이라며 "모든 상황이 다 끝나도 과연 병원으로 돌아올지조차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의사 대체 방안 강구’

의정간 강대강 대치 속에 의료진 공백으로 인한 환자 사망이 발생하게 되면 의정 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극도로 차가워질 수 있다. 문제는 생명의 소중함과는 별개로, 장기적으로는 의료계에게 이 이슈가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진행됐던 '잘못된 의약분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 모습. 최악의 시나리오가 이행된다면 이보다 더 많은 의사의 적극 투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의료계가 맞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자 사망 책임 여부에 대한 민사·형사적 갈등’을 넘어서 정부가 ‘의사 인력에 대한 종합적인 대체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상황이다.

요컨대 오랜 세월 동안 의사와 의료 관련 각각의 직역이 갈등을 빚었던 건에 대해 ‘의사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체 가능 직군에게 그 권한을 공유하게끔 하는’ 방법이다.

의사 외 직역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당장 PA 영역의 확대부터 안경사법·물리치료사법 등 각종 제정법 입법 시도, 전문간호사 영역의 확장 등이 해당된다.

실제 법률 제개정의 권한은 국회에 있으며, 현재 국회는 21대 국회가 새롭개 꾸려진 상태다. 의사를 제외, 간호사와 각종 의료 관련 직군들이 선호할 만한 정책을 의사 파업이라는 명분 속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지금보다 더한 의사 투쟁이 발생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얘기지만, 일각에서는 ‘어차피 지금도 의사들과 불통인 상태이니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 안보적인 입장에서도 이 카드는 유효하다. 실제로 안보 분야를 담당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코로나19 등 국가 안보 위협 요소가 있는 마당에 의료 공백으로 환자가 죽는다면 그 책임은 결국 정부가 짊어져야 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의료계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대체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행히도 이 방법은 정치권 측에선 아직까지 공식화하진 않고 하나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방법은 모든 의사들이 투쟁에 참여토록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기도 해 전국의 의료기관들이 전부 문을 닫고 환자 사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종의 ‘패닉’이 올 수 있다.

최상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나, 결국 의정 갈등은 빠르게 결착돼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 중진들과 정부 실무자, 국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진료과장은 “하루에 진료하는 환자 수가 평상시 대비 1/10로 줄어들었다”면서 “이대로라면 제 시간에 치료하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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