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년간 전국 한의원 5773개소에 전문의약품 360만 261개 공급돼
"원칙적으로 공급자체가 안됐어야"..."처방뿐만 아니라 조제도 문제"

[의학신문·일간보사=정민준 기자]한의원에 공급되는 스테로이드제, 국소마취제 등 전문의약품이 정부 관리 영역에서 벗어나 있어 이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감사원은 최근 ‘의약품 안전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가 심평원의 의약품시스템을 통해 일반 병의원뿐 아니라 한의원에 공급되는 모든 전문의약품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도 2019년 12월 감사일 현재까지 한의원에 공급된 전문의약품의 사용과 관련한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3호 및 제18조와 '약사법' 제23조 제3항 등에 따르면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 임무를 수행하며 그와 관련된 한약 및 한약 제제 등을 투약하거나 처방 및 조제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 감사 기간 중 한의원으로 공급된 전문의약품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의약품 공급자가 2014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심평원 의약품시스템에 보고한 의약품 공급내역을 확인한 결과, 전국 한의원 5773개소에 부신피질호르몬제(이하 스테로이드제) 64만 2408개를 포함해 총 360만 261개의 전문의약품이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원에 공급된 전문의약품 중에는 스테로이드제, 국소마취제와 항생제 등 국내 의약품 허가사항 등에서 주사 부위 통증 등 경증 부작용부터 폐렴·결핵과 같은 감염증, 위궤양, 아나필락시스 쇼크, 뇌염, 간 괴사 등 중증 부작용까지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품목이 포함돼 있고 이러한 전문의약품은 부작용 유발 가능성과 그 심각성이 다른 전문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감사원은 한의원에 공급되고 있는 전문의 약품의 사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특별시·경기도 소재 한의원 22개소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한 결과 공급된 전문의약품 수량과 조사 시점의 재고량이 일치하지 않는 등 스테로이드제, 국소마취제 등의 전문의약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의원 9개소를 확인했다.

구체적 유형은 여러 차례에 걸쳐 스테로이드제를 공급받았으나 조사 시점에서 재고가 확인되지 않자 전량을 폐기했다고 진술하거나 스테로이드제와 국소마취제를 공급받아 일부 사용했다고 진술한 한의원 등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증빙 자료는 제시하지 않아 실제 폐기 및 사용여부, 구체적인 사용내역 및 사용방식 등이 확인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의원에 대해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판례 등을 참고해 전문의약품 사용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감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관련해 의협 관계자는 “허가되지 않는 의료행위를 진행했다면 의료법 위반이며 의사가 인삼, 녹용을 처방할 수 없는 것처럼 한의사도 같다고 생각한다”며 “공급과 관련해서도 유통 경로를 알 수 없지만 원칙적으로 공급자체가 안됐어야 맞다”고 말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한의사가 내부에서 처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조제해서 팔고 있다는 것까지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염증 억제작용이 있는 전문의약품 '덱사메타손'을 한약에 넣어 판매한 한의사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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