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최대 10억 불과, 불법과 일탈 연속…업계 전반 피해 우려 속 이익 상응 처분 개정 요구

[의학신문·일간보사=오인규 기자]

#A사는 고관절에 시술된 제품이 부작용으로 회수됐으나 피해 보상을 우려해, 고지를 지연했다는 의혹으로 국내 환자들에게 고발당하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문제를 제기한 환자에게 법적 범위에서 보상한다고 했지만 당시 100만원도 안 되는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B사는 진단시약의 입찰 과정 중에 부적격 서류를 제출해 현재 조사를 받고 있으며 관련자들은 징계를 받았다.

#C사는 식약처 인증을 위한 제출 서류에 위변조를 한 것이 지방청 검토 과정에서 적발돼, 즉각적 사용중지와 함께 매 제품별 안전성 검토를 통해 제한적 출고를 하고 있고 연관된 처벌과 고발도 진행 중이다. 단순 서명 등 위조로 안전성 자료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지만 자칫 환자 안전과 관련된 허위 서류라면 문제가 심각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 3사는 모두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이다. 세계적인 윤리수준을 자랑하는 업체들이 유독 왜 한국에서만 불법과 일탈을 하는 것인가?

25일 국내 의료기기업계는 잇따른 다국적사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분과 조사와 관련 식약처가 규제의 처벌규정 강화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일부 다국적사들의 불법행위가 자칫 업계 전반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연이은 잘못이 자행되는 것에 대해 업계가 원인으로 꼽는 것은 국내 처분 규정이 의료기기 시장 성장 추세나 규모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이 있다. 연매출 조 단위가 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처분 규정은 의료기기법 초기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과징금의 경우만 봐도 최대 한도가 10억 원으로 아무리 중한 죄를 지어도 10억만 내면 되므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범법에 대한 두려움이 덜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먼저 의료기기 수입업체 소속 임원은 “점차 산업이 커지고 고도화 되는데 처벌의 경우 명문규정이 없다보니, 문제를 일으키고도 대처 과정에서 이를 이용해 최소한의 대응만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입법미비 속 관련 규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다국적사들은 법적 처분이 생기면 낮은 처벌조차 피하고자 법무법인을 고용해 약간의 처분조차 경감시키는데, 수억 이상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해 정작 징벌에 대한 엄중함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식약처가 큰 충격을 준 C사의 위변조 사태를 바라보며, 문제를 인식하고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제재를 천명한 것도 이런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득 전액 회수 등 반복적 불법 방지 체계 강화 필요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 모 대표도 “일반적인 법의 중립성으로 처분의 경우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획일화 된다”며 “희소나 생명과 직결된 의료기기의 특성상 무조건적인 회수나 판매정지는 결국 환자의 안전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료기기의 특성을 이용하고 결국 금전적 이득이나 안전성 보장을 위한 절차를 피하고자 이런 문제가 반복해서 생기는 만큼, 향후 강화되는 처분은 이득을 전액 회수하는 측면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처벌을 피하고자 수십억의 법률 자문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적발 시 회사에 이득에 대한 환수에 치명적 부담이 갈 정도의 처벌이 있어야 반복된 불법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

더 큰 우려는 최근 벌어진 제출 서류 위변조 사태가 관련 업체의 등록 및 품질관리 직원이 국내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적발된 사례라는 점이다. 매출에 큰 차이가 없는 경쟁사들을 비롯해 국내사들은 담당 직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관리부실에 대한 개연성이 높아 식약처가 추가 조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한 상황이다.

"느슨한 법 규정 그만, 매출 규모별 차등 관리도 절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수차례 식약처가 매출별 과징금이나 징벌적 배상 등을 검토했지만, 결국 국내 산업 규모를 반영해 주저한 면이 지금의 사태를 낳게 했다"며 "지금이라도 매출을 통한 이익에 상응하는 처분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국내 느슨한 법 규정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책임은 피하는 행태를 이제는 고쳐야 하며, 이번 사태로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전면 개편이 고려 돼야 한다. 더불어 정부가 주도한 환자 부작용 보상에 대한 협의체에서 일부 기업이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빈축을 산 경우를 도덕적 해이의 예로 지적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매출 규모별 관리를 달리하며, 피해 범위가 클 수 있는 대기업에 좀 더 관리가 집중 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사전 관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 안전을 위한 식약처가 어떤 징벌적 과징금을 책정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때 산업계 전반을 고려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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