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변호사단체 "신뢰성 담보되지 않은 설문조사 기반 의료정책 수립 시도 반대"

[의학신문·일간보사=진주영 기자]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설문조사 과정에서 소속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 회장 이인재)'은 20일 성명을 통해 “국가의료정책 설문조사에 지자체가 공무원을 동원한 행태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설문조사를 근거로 한 국가 의료정책 수립 시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의변에 따르면 전북 남원시는 지난 18일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 하에 소속 공무원들에게 "법제 및 정책수립 시 국민여론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므로 각 실과소에 소속된 전직원은 필히 설문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19일까지 회신해 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회신양식에는 각 부서별 공무원, 청원경찰, 기간제 근로자 등의 현원 대비 참여인원까지 표시하도록 했으며, 시청 측은 공공의대 설립 등 방법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문항에 파란색 박스로 표시를 해두고 ‘파란색 박스 부분을 체크하고 나머지 문항은 임의대로 체크하라’고 답변 내용까지 제시했다.

목포시 역시 국민권익위원회 게시물 링크와 링크 동의 방법을 공유해 "시장도 직원과 가족, 시민들이 꼭 참여할 수 있도록 당부했으며, 한명이 5번까지 참여 가능하니 꼭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한편 "네이버·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 중복 동의 가능하니 각각 계정별 동의를 부탁한다"고 중복투표를 요구했다.

이에 의변은 “국가 의료정책 문제는 단순히 여론조사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다”며 “의사 수 증원이나 그 방식은 전문가들의 숙고와 충분한 검토와 토론에 기초한 의견 수렴을 전제로 결정되어야 하는 중차대한 문제이며, 의료 정책과 의대 교육의 질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다”고 짚었다.

특히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해 설문조사 결과에 부당한 영향력을 끼치려 한 사건인 점 △보건의료정책을 전문가의 숙고와 충분한 검토와 토론에 기초하지 않고, 국민권익위원회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은 인터넷 설문조사를 근거로 결정하려 한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봤다.

의변은 “설문조사를 통해 의대설립 등과 같은 중요정책을 결정하는 경우 제2의 서남의대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부는 의료계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검토에 기초한 신중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조사는 본 기관에서 실시했지만 각 지자체에 협조요청공문을 보내도록 지시하는 등 설문조사 참여를 유도한 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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