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5일장 시장서 구슬땀 - 5개과 의사 13명 포함 긴급지원단 30여명 파견

[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 전남대학교병원은 최근 최대 423mm의 폭우로 1천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막대한 수해를 당한 구례군에 긴급의료지원단을 파견, 13·14일 이틀간 의료봉사를 시행했다.

전남대병원 의료진 구례 의료봉사 모습

이번 의료봉사는 수해지역 복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 이주민과 자원봉사단에 대한 진료가 시급하다고 판단, 병원장 주재 긴급회의 하룻만에 바로 실시하게 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선별진료 등으로 평소보다 과중한 진료일정에도 불구하고 지역거점병원이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번 봉사단은 김성진 전남대병원 진료처장(피부과 교수)을 단장으로 재활의학과·내과·외과·정신건강의학과·피부과 등 5개 진료과의 의사 13명을 포함해 간호사와 약사 등 총 34명으로 구성됐으며, 주민 총 377명을 진료했다.

특히 폭우로 인해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커 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도 파견해 정신적 후유증을 최소화하는데도 주력했다.

의료봉사단 캠프는 지난 폭우로 대부분의 주택이 물에 잠겨 버렸던 구례읍 봉동리 구례 5일장이 서는 시장에 설치됐다.

시장 주변은 물에 잠겼던 가게에서 내놓은 각종 가구와 전자제품 등으로 가득해 수마 현장임을 보여줬고, 전국에서 피해복구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자 찾아온 자원봉사자들로 붐볐다.

지난 12일 발대식과 함께 복구현장으로 나선 의료봉사단은 첫 날 오후 2시부터, 둘째 날 오전 9시부터 각각 3시간씩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펼쳤다. 진료 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주민들은 진료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의료봉사 캠프 2곳을 가득 메웠다.

이번 봉사에서 오염된 물 속에서 오랜시간 피부가 노출되다 보니 가려움증 등 피부질환 환자(177명)가 가장 많았고, 어깨와 발목 통증 등을 호소하는 재활의학과(165명) 그리고 내과(89명)·외과 (65명) 환자들도 많았다.

특히 폭우로 집이 잠긴 최악의 상황을 목격한 이후 불면증과 불안감에 시달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주민도 39명이나 됐다.

70대의 여성 주민은 “평소 잠도 잘 자며 건강했었는데 이번 수해를 당하고 난 이후부터 자주 악몽을 꾸고 아직도 불안감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뜬 눈으로 밤을 지새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봉사캠프를 방문하기도 했다.

의료진은 다양한 증세로 통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정성을 다한 진료를 펼쳤으며, 낮 최고기온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봉사단은 땀으로 흠뻑 젖은 채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외과 치료를 받은 김 모씨(71)는 “물에 잠긴 집을 복구하느라 다친 상처가 아픈데도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전남대병원에서 직접 찾아와 치료해주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40대의 한 여성 주민은 “오랜시간 물속에서 일하다 보니 피부가 가려워 너무 힘들었는데 이렇게 쉽게 진료를 받게 돼 기쁘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번 의료봉사를 이끈 김성진 단장은 “수해지역 주민들의 증세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일부는 심한 경우도 있어 신속하게 의료지원을 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면서 “봉사단 모두가 가족같은 마음으로 이곳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신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캠프를 직접 방문해 봉사단을 격려한 이삼용 병원장은 “오랜기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한 힘든 상황에서도 수해지역을 찾아와 구슬땀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전남대병원의 자부심을 갖는다” 면서 “봉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조심히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