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22>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클래식 편지

성공한 음악가는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의학신문·일간보사]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부분 부모의 헌신과 희생이 뒷받침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음악가들은 과연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을까?

수년 전에 전 세계 음악계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05년도 세계 3대 국제 콩쿨 중 하나인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를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나란히 입상한 사건이다. 이때 수상은 한국인으로서 최초의 입상이었기에 더욱 많은 이목을 받았던 일이었다. 임 형제의 어머니는 자신의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자식들 뒷바라지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그저 연습만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시켰고, 형제가 각각의 방에서 연습하는 동안 거실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동민·동혁 형제는 어머니의 엄격한 훈련 덕분에 어릴 적부터 하루에 7-8시간을 연습하는 습관을 터득했고, 결국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자리를 잡게 된다.

아들들은 한 인터뷰에서 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고마움을 표현하는 동시에 자신들을 향한 어머니의 기대가 때때로 과하게 느껴서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어머니 또한, 아들들의 쇼팽 콩쿠르 입상 후 한 인터뷰에서 “두 아들이 피아노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개인적인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연주자의 길을 간다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에게 정말 힘든 일”이라며 괴로운 마음을 나타내었다고 한다. 이토록 한 음악인이 탄생하기까지 본인과 가족들은 많은 고통과 노력의 시간이 동반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21세기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중국 피아니스트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바로 피아니스트 랑랑이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성공을 위해 그 누구보다 치열하고 혹독하게 교육한 부모로 널리 알려져 있다. 랑랑은 18개월부터 음악에 있어서 천부적 재능을 나타내기 시작하였고, 아버지는 아들이 2살 때 자신의 월급을 모아 피아노를 장만한다. 5살 때 첫 콩쿨에서 우승을 한 랑랑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아버지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과 함께 베이징으로 이주를 하고, 당시 전화 교환원이었던 어머니가 부자의 생활비를 대게 된다. 랑랑은 베이징 빈민가의 시절을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거의 미치광이 수준으로 연습에 매달렸다”라고 회고한다. 아들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 어느 날 랑랑이 연습 시간을 지키지 않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제대로 피아노를 안 할거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던가, 약을 먹고 죽으라는 극단적인 언사를 표출했고, 이에 극도로 감정이 격해진 랑랑은 벽을 주먹으로 내리쳐 손가락을 다치는 등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한 때 깊은 상처의 경험으로 아버지와의 관계가 많이 어려웠다는 랑랑. 하지만 그는 결국 이 모든 아픔을 딛고 중국뿐 만 아닌 전 세계에서 가장 열광하는 피아니스트로 자리를 잡게 된다. 현재 랑랑은 “아버지 없는 내 인생은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음악을 한다는 것. 아마도 그 어떤 분야보다 타고난 재능이 요구된다. 하지만 그 재능만이 한 사람을 뛰어난 예술가로 만들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재능을 자신의 실력으로 만드는 끝없는 노력이다. 한 음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최소 4-7시간의 집중된 연습 시간을 비롯하여 끊임없이 음악을 연구하고 듣는 탐구 자세, 연마하기 어려운 테크닉을 될 때까지 버티는 인내, 자신의 한계에 부딪혀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도전과 긍정의 정신 등이 필요하 듯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리고 위의 두 이야기는 음악가의 탄생 뒤에는 부모님의 엄격하고 혹독하기까지 한 훈련이 필히 요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녀가 넘어졌을 때 일으켜 주고, 넘어지지 않게 붙들어주며 함께 걸어가는 부모님의 역할이 필수이며,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은 부모님에게 엄청난 희생과 헌신을 요구하며, 때때로 부모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다. 자녀들 또한 지나친 부모님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느라 많은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고통이 클 수 있다. 좋은 부모-자녀의 관계 속에서 자녀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력해주는 부모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원하고 노력해야 하는 대상이자 숙제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