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에너지가 요즘 사회 일각에서 회자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에겐 아직 낯설다.

우리는 '에너지' 하면 석탄, 석유, 원자력, 태양열, 풍력, 조력, 지열 등을 쉽게 떠올리기 때문에 수열에너지를 이용해 대형 건물의 냉난방을 한다는 점엔 선뜻 이해가 안 간다.

수열에너지가 도대체 뭔지 알아 보는 게 우선인 것 같다.

수열에너지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하천수, 해수, 댐, 저수지 물이나 땅속 상수도 원수관에 있는 물의 온도차를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에 활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여름철 수온은 대기보다 낮고 겨울철에는 높은 특성을 활용하는 셈이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물 자체의 에너지 만으로는 원하는 만큼 시원하거나 따뜻하게 할수 없기 때문에 히트펌프라는 보조 장치를 통해 대형 건물의 냉난방이 가능한 것이다.

수열에너지를 도입하면 환경이나 경영상 상당한 장점이 발생한다.

우선 의료기관 등 대형 건물이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20-50%의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국공립대학병원(공공병원)에 부여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무를 이행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존 냉난방기 대비 30% 내외라고 한다.

이 뿐이 아니다. 에어컨 가동을 위한 옥상 냉각탑이 전부 또는 일부 제거됨에 따라 소음진동이 줄고 건물 하중도 감소해 건축비용(신축 시)도 절감한다.

무엇보다 의료기관이 관심이 높은 옥상 녹지화를 활성화할 수 있고 기존 냉각과정에서 비산수로 인한 레지오넬라균의 감염도 방지하고 그로 인한 약품비나 냉각수 비용도 절감이 가능하다. 도입하고 싶은 욕망을 떨칠 수 없는 에너지다.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그린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수열에너지 보급을 추진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냉난방이 수열 전환의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서울병원이 재빠르게 반응했다. 광역원수(정수되지 않은 강이나 호수 원수)를 활용하는 친환경 수열에너지를 2022년부터 냉난방에 도입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친환경병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추진중인 본관-별관 등 리모델링(재단장)에 광역원수를 병원 냉난방에 쓸 예정이다.

국내 최대 높이의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두 번째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의 수열 냉난방 설비규모(11만 390냉동톤)는 롯데월드타워의 3.8배나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수열냉난방 도입으로 냉각탑이 없어져 옥상 활용도를 높이고 연간 10만톤의 냉각탑 보충수도 절약한다. 이는 기존 전기 등 에너지 비용 절감에 이은 부수익에 불과하다.

수열에너지는 코로나 이후 중요도가 높아지는 친환경 에너지인데다 정부가 그린뉴딜의 핵심사업으로 지원을 약속하고 있어 냉난방에 상당한 비용을 들이고 있는 의료기관엔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더 입맛이 다시는 대목은 감염 예방이나 병원 녹화가 아닐수 없다.

앞서 적시했지만 기존 냉각과정의 비산수로 인한 레지오넬라균 감염이 수열 냉방으로 차단된다면 원내 감염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고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옥상 녹화사업에도 선택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국공립병원에는 친환경 기여 이미지 개선과 비용 절감 뿐만 아니라 의무사항인 ‘온실가스 배출 감축’이라는 덤까지 챙길 수 있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을 듯 하다.

전국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적정보다 밑도는 수가로 인해 흑자를 내는 일이 쉽지 않다.

냉난방비 절감이나 원내 감염 예방 등 경영-진료 차원의 도움에다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소명에도 부합하는 수열에너지에 관심을 갖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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