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의학신문 ]환자에게 유방암이 전이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은 의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유방암이 전이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환자의 눈을 마주하게 될 때면 깊은 절망감이 느껴진다. 전이된 암은 희망이 없다는 인식 때문이리라. 그러나 필자는 유방암에서만큼은, 암이 전이되었다고 해서 희망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하곤 한다.

김태현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유방외과 교수

유방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 1위로, 2018년에만 전 세계에서 약 209만 명이 넘는 환자가 유방암으로 진단 받았다. 유방암으로 처음 진단 환자의 약 10명 중 1명은 원격 전이된 4기의 상태에서 발견되며, 조기 유방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 중에도 20~30%는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유방암의 근본적인 일차 치료는 수술 절제이나, 환자의 연령 및 상황, 암의 분자아형, 병리학적 특성, 병기 등에 따라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내분비 치료, 표적치료 등을 추가한다. 하지만 4기 전이성 유방암은 국소치료 보다는 원격 전이된 병변이나 보이지 않는 암세포까지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치료 약제를 잘 선택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여러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있어서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말할 수 있다.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생존기간 연장 및 환자 삶의 질 향상이다. 이러한 치료 목표 달성하기 위해 항암화학요법 시행 시 병용요법보다는 단일요법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많은 암 분야에서 병용요법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이성 유방암에서는 단일요법이 환자 삶의 질 유지에 유리한 선택으로 꼽힌다.

단일요법은 여러 가지 약제를 섞는 병용요법 대비 독성 조절이 용이하고 투약 편의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어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치료법이다.

대표적 단일요법 치료제인 ‘할라벤’은 입원 없이 2-5분만에 투약이 가능해 치료와 일상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반응이 좋다. 실제로 폐전이와 다발성 골전이가 있었던 50대 후반의 한 환자는 이전의 고된 치료 과정으로 인해 항암약제 추가 투여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태였으나, 할라벤 단일요법으로 약 12개월 동안 통원치료를 하며 일상생활을 잘 영위했던 사례도 있다.

간혹 단일요법이 병용요법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러나 기존 연구에 따르면 병용요법은 단일요법 순차 사용 대비 독성이 심하게 나타나며, 독성이 나타나는 것에 비해 전체 생존율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및 한국유방암학회 진료권고안에서도 빠른 종양 축소가 요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요법의 순차적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단일요법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확인한 임상 데이터들도 여럿 나와있다.

앞서 언급한 할라벤 단일요법은 임상연구를 통해 대조군 대비 2.4개월의 생존기간을 연장을 확인했으며, 특히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에게서도 대조군 대비 4.7개월 더 긴 생존기간을 확인했다.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도 생존기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은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는 소식일 것이다.

치료 기술 발전에 힘입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은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방암의 치료 성적은 더욱 좋아지리라 믿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치료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치료 효과는 좋으면서 독성이 적고 투약 편의성이 좋은 치료제들이 이미 나와있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더 나은 삶을 도울 수 있다.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이 고통스런 치료를 받느니 포기하겠다며 절망할 때, 생존기간을 연장함과 동시에 삶의 질을 유지시켜 주는 새로운 치료법이 있음을 알려주고 치료를 받도록 잘 설득하여 환자를 희망의 길로 잘 인도해 가는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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