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 만큼 거두는 ‘정의 실현’, R&D 투자 열기 되살리는 계기 마련
글로벌 제약 포기 신약 구해낸 ‘새로운 사례’…에페글레나타이드 부활 신호탄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한미약품이 또 해냈다. 4일 발표된 한미약품과 MSD와의 LAPSGLP/GCG(HM12525A)’에 대한 1조 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최근의 신약개발 흑 역사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글로벌 제약에 의해 묻힐 뻔 했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을 뚝심과 끈기로 되살려 우리나라 신약개발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이다. 특히 비슷한 상황의 한미약품 기술수출의 절정 ‘에페글레나타이드’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약품 방이동 본사 전경

한미 저력 재확인, 최근 신약개발 침체 분위기 벗는 계기 기대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수출은 ‘뿌린 만큼 거둔다’는 R&D 개발의 ‘정도’가 실현됐다는 점에서 우선 의의가 크다는 평가이다. R&D투자와 관해선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미약품은 그동안 개량신약, 복합신약, 혁신신약 개술수출 등 연구개발 분야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최근 3상 임상단계에서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며 어려움에 처했었다. 이번 조 단위 기술수츨로 한미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주며 혁신신약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이번 기술수출이 더욱 반가운 것은 자칫 침체될 뻔한 우리나라 신약개발 분위기를 바꾸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최근 몇 년 간은 좋은 소식 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욱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상품화 직전인 임상3상에서 글로벌 임상을 담당해온 글로벌 제약사가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며 결국 포기하고 되돌려주는 신약개발 실패 사례가 최근 유난히 많아 아쉬움을 샀다. 해당 제약사는 3상 실패 소식과 더불어 주가 폭락은 기본이고 그동안의 개발과정 자체에 대한 불신속에 회사 전반이 흔들리는 어려움을 경험해야 했다. 제약 관계자들 사이에선 3상 임상 결과를 앞두고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속적인 투자는 이뤄지는데 잦은 실패 소식에 기업들은 신약개발 어려움을 절감하며 투자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일각에서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임상실패, 우리 탓 아닌 다국적제약 탓’ 증명 새로운 사례

한편 한미약품은 이번 기술수출로 국내 신약개발사에 또 다른 이정표를 새웠다는 평가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개발권 반납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혁신신약 파이프라인을 불굴의 의지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번 기술수출 성과의 ‘LAPSGLP/GCG(HM12525A)’의 경우 지난 2015년 11월 다국적제약사 얀센에 총 규모 8억1000만달러(당시 한화 9372억) 규모에 기술수출 됐으나 4년만인 지난해 7월 권리반환 됐다. 2상 임상이 끝난 시점에서 얀센은 비만·당뇨 동시치료제로 개발하려 했으나 체중감소는 목표치 도달한 반면 당뇨 동반 비만환자 혈당조절은 내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반납했다.

이런 경우 개발 자체가 좌절되기 쉬운데 한미약품은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파트너 찾기에 나서 오히려 얀센과의 계약보다 더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 성공했다. 한미약품은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제약 MSD와 총 8억6000만달러(한화 1조273억)에 ‘LAPSGLP/GCG(HM12525A)’를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제조 및 상용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NASH 치료 혁신신약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NASH 치료 효과의 평가 기준이 되는 다양한 지표들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동시활성 이중작용 치료제인 'LAPSGLP/GCG’가 현재 전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NASH 치료제 중 가장 우수한 신약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된 신약후보가 임상과정에서 실패로 판단되고 그 권리가 되돌아오면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것’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해당 제약사의 임상설계 등 개발방향의 잘못에서 비롯될 수도 있으나 그 책임은 기술수출 국내제약사의 몫이었다. 글로벌 제약사의 선택은 항상 옳은 것이라는 그릇된 의식이 잠재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글로벌 제약사의 판단에도 잘못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 만큼 우리나라 신약개발 수준도 발돋움했음을 의미한다는 풀이이다.

한미 신약개발 꽃 에페글레나타이드 반환 협상에 유리한 국면

이번 사례는 또 주1회 투여 제형의 당뇨치료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놓고 5건의 글로벌 3상임상을 진행중에 권리반환 의사를 밝혀온 파트너사 사노피와의 관련 협의과정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으로 주목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 기술수출의 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에 총 규모 4조3300억원대에 기술수출 됐었으나 지난 5월 권리반환을 통보, 120일간의 협의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주목할 점은 사노피나 한미 모두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약물 유효성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고 표명하고 있다는 점. 통상 신약 기술을 이전 받은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약물의 지속 개발 여부를 판단할 때는 임상을 종료한 뒤 객관적 평가와 분석을 근거로 결정하는데 사노피는 5000여명 환자가 걸린 ’현재 진행 중‘인 임상을 그대로 둔 채 권리 반환 의사를 표명한 것.

관련 업계에서는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 3상에 투입해야 할 자금을 줄이기 위해 환자를 볼모로 ’협상의 판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영업 마케팅 출신 사노피 신임 허드슨 사장이 ‘회사 수익’의 자신의 공적을 쌓기 위해 상호 신뢰 보다는 당장의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미약품의 이번 기술수출 반환 파이프라인의 더 좋은 조건 속 새로운 파트너 찾기 성공은 앞으로 40여일 남은 사노피와의 에페글레나타이드 반환 협상에 유리한 국면조성이 가능하다는 전망의 또 다른 성과를 낳았다는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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