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변증 환자 ALT 무관하게 치료해야

김지훈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김지훈 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B형간염은 전세계적으로 2억 4천만명의 감염자가 있고, 매년 60만명 이상이 B형 간염과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는 주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B형간염의 유병률은 1980년대 초까지 남자 8-9%, 여자 5-6%로 만연한 질환이었으나, 1983년에 예방백신이 국내에 도입되고, 1991년에 신생아에 대한 예방접종이 이루어지고, 1995년엔 국가예방접종이 이루어지면서 유병률이 감소하여 2012년 복지부 조사에 의하면 남자 3.4%, 여자 2.6%로 확연한 감소를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B형간염은 아직 전 인구의 3% 내외의 유병률을 보이는 국내의 주요 질환이며, 대부분의 환자가 청〮장년기임을 고려한다면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질병 유무를 조기에 진단하고 효과적인 치료로 합병증 없이 환자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성 B형간염의 진단은 혈청내 HBsAg 양성 소견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검사는 매우 간단하고 간편한 검사이다. 급성 간염의 증상 징후가 없다면 HBsAg이 양성인 경우 만성 B형간염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HBeAg/Anti-HBe, HBV DNA 검사를 시행하여 바이러스의 증식도를 확인하여야 하며, LFT 등으로 간염 활성도와 간기능을 확인하고 간초음파와 알파 태아단백 검사로 간암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현재 치료대상이 아닌 만성 B형간염 환자는 6개월 간격으로 이들 검사를 반복하여 간염의 활성화로 인한 치료 필요성과 간암 발생 유무를 감시 하여야 한다.

B형간염의 치료 전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예방이다. B형간염은 감염되어 만성화 되면 완전한 퇴치가 어려운 질환이므로 감염을 예방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B형간염 예방은 신생아 및 국가 예방접종으로 이미 제도화되어 있으므로 그 접종률을 높이는 정책적인 노력이 추가된다면 더 이상의 B형간염 환자의 발생을 막아 유병률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B형간염을 가진 임산부 중 혈청 HBV DNA가 높은 경우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생후 즉시 이루어지는 효과적인 예방요법에도 불구하고, 수직 감염의 가능성이 여전히 높을 수 있다. 혈청 HBV DNA가 200,000IU/mL를 넘는 만성 B형간염 산모들에서 ‘테노포비어’를 임신 말기에 사용하는 것이 신생아 감염을 줄일 수 있다는 최근 여러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대한간학회도 2018년 말에 개정한 ‘만성 B형간염 치료가이드라인’에서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둘째는 치료이다. 간염을 완전히 퇴치하는 치료법은 아직 없으므로 치료는 B형간염에 의한 간염의 활성화, 간경변증으로의 진행 및 그 합병증의 예방 그리고 간암 발생의 예방을 목표로 한다. B형간염의 치료제는 90년대 전반기에 시작된 인터페론 주사로부터 시작하여 1998년에 처음 도입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도입 이후 많은 발전을 이루어 왔다. 최근 국내에서는 경구약제가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경구용 약제 중 1세대 약제는 장기 사용에 따른 내성 문제로 사용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초치료시 권고되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는 엔테카비어와 테노포비어, 베시포비어, 테노포비어 알라펜아마이드에 국한된다.

B형간염 치료는 어떤 환자에게 언제 시작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의학적 치료 가이드라인과 국내의 보험적용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나 최근 학회의 많은 노력으로 둘 간의 간극이 많이 좁혀져 있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이 없는 환자에서는 정상의 두 배를 넘는 간내 염증 소견을 보이면서(ALT>80IU/L) 혈청 HBV DNA가 HBeAg 음성인 경우 2000IU/mL, 양성인 경우 20,000 IU/mL를 넘는 만성 B형간염 환자의 경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외에 두 가지 주요한 치료 전략에 대해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면역관용기 환자의 치료

면역관용기는 HBV DNA는 매우 활발히 증식하고 있으나 간내에 염증이 거의 없어 ALT가 정상인 환자를 일컫는다. 이 환자들은 약제를 사용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고, 대체로 젊은 환자이므로 이 시기에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너무 긴 시간 동안 치료를 유지하게 되는 부담으로 현재까지는 치료를 권하지 않고 있다. 장기 사용에 내성이 적은 항바이러스제인 ‘테노포비어’를 면역 관용기 환자에게 192주간 사용한 연구에서 HBV DNA 음전율은 57% 정도이고, HBeAg 혈청전환도 2.4%에 지나지 않아 여전히 면역관용기의 환자는 주기적 추적 관찰로 면역제거기로 활성화될 때 치료하는 것이 권고된다.

하지만 최근 면역제거기로 활성화되어 치료를 받아 바이러스와 염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환자보다 면역관용기로 추적만 하는 환자에서 간암 발생이 더 많다는 보고가 있었고 면역관용기 환자에서도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 없이 추적하는 경우보다 간암의 발생이 적다는 보고도 있었다.

실제 만성 B형간염은 면역 관용기에서도 핵내로 바이러스가 융합되어 변이를 발생시켜 간암의 발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면역관용기에도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간경변증 환자의 치료

간경변증을 동반하지 않은 만성 B형간염 환자의 치료 적응은 HBeAg 양성인 경우 HBV DNA가 20,000IU/mL 이상이고 ALT가 정상 상한치의 두 배를 넘는 경우이고 HBeAg 음성인 경우 HBV DNA가 2000IU/mL 이상이고 ALT가 정상 상한치의 두 배를 넘는 경우이다. 하지만,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환자에 대해서는 비대상성 악화를 막고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는 비대상성 변화를 호전시키기 위해 좀 더 낮은 기준으로 HBV DNA가 검출되는 환자라 하더라도 ALT에 무관하게 치료하는 것을 권고한다.

만성 B형간염의 코호트 연구로 잘 알려진 REVEAL 연구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하위집단 연구에서, HBV DNA가 2000IU/mL 이하인 환자라 하더라도 간암의 발생과 간 관련 사망이 B형간염이 없는 환자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테노포비어’를 사용하고 5년간의 조직 검사를 추적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Ishak 수치 6인 간경변증 환자의 약 66%가 간경변증이 없는 Ishak 수치 4점 이하로 감소하여 장기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는 간경변증도 반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국내의 최근 연구에서 HBV DNA 2000IU/ml 이하인 간경변증 환자는 HBV DNA가 검출되지 않는 환자에 비해 ALT 상승 여부에 관계없이 간암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이러한 효과는 항바이러스 치료를 하는 경우 또는 바이러스가 불검출 되도록 유지된 기간에 따라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런 결과들은 간경변증 환자들은 좀 더 낮은 기준에서 ALT에 무관하게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증거가 된다.

B형간염의 치료 전략은 최근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의 발전으로 어느 정도 잘 정착이 되어 있고, 앞서 예시한 상황들이 근래의 변화되거나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최근 C형 간염에서는 바이러스 완치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약제가 임상에 사용되는 것에 비해, B형간염은 장기적인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여전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2012년에 B형간염 바이러스가 세포내로 감염되는 경로가 밝혀지면서 침입억제제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cccDNA를 방해하거나 제거하는 기전에 대한 약제, HBsAg 분비를 방해하여 더 이상의 감염 가능한 바이러스의 생성을 막는 약제, 내인성 면역체계를 통해 B형 간염을 퇴치하는 약제 등이 전임상 및 초기 임상진행 중이어서 앞으로 B형간염의 퇴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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