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만 편집국장

[의학신문·일간보사] 전국 요양병원의 병상수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10%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규제 필요성이 제기되자 요양병원계가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발간한 '사회보장정책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30만 병상을 상회하는 전국 요양병원의 병상수에 대해 과잉공급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인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근 10년간의 병상 추이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의 병상수는 1~2% 증가에 그쳤고, 병원은 1.3% 정도 오히려 감소한 반면 요양병원의 병상수는 연평균 11%씩 증가해 병원종별간 큰 격차를 보였다. 이 같은 증가 추세는 동일 기간 연평균 4.3%의 노인인구 증가율을 고려하더라도 과하다는 것이 국회의 지적이다.

병상이 과잉 공급될 경우 무엇보다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수요를 유발해 건보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는 당연하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입원 환자중 경증환자의 비율이 증가한 것도 규제에 대한 설득력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올해 2월말부터 지역별 병상총량제(시‧도지사에게 병상 수급 및 관리계획 권한 부여)가 도입되어 지자체 별로 적정 병상수를 추계하여 수급 조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병원계 입장에서는 지자체에서 지역 병상총량제를 빌미로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되 지역 병원의 신규 개원을 억제하고 기존 병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강제적인 퇴출에 나서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 적정 병상 추계에 있어 노인인구 등의 객관화된 수치 뿐 만 아니라 고령일수록 병원에 더욱 의존하는 사회적인 니즈 등 여러 변수 들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기준 노인병상(개요병상 포함)이 70만 병상을 넘어 섰다. 이는 단순히 한일간 인구대비 병상수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의 노인병상이 과잉 공급됐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한 요양병원이 의료기관 전체 병상의 43.2%를 차지하지만 건강보험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가로 인구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되어야 한다.

더욱이 객관적인 소요 병상 추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에 대한 기능재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능이 재정립되면 요양병원은 중증환자 위주로, 요양시설은 경증환자 위주로 케어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을 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양병원계 주장대로 현재 전국 1400여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25만 명 환자 중 의료적 처치는 크게 필요 없지만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입원환자 7만 5000명에 달한다. 이들을 요양시설로 이동시키고, 대신 요양시설의 12만 명 입소자 가운데 입원치료가 필요한 1∼3등급 환자 6만 명을 요양병원으로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만약 과도한 병상을 들어 강제 퇴출을 시도한다면 강한 저항을 불러 올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평가에 미달하는 요양병원은 요양시설로 기능을 전환하는 등 다각적인 출구 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요양병원은 병원으로서의 기능에 더 충실할 수 있고, 요양시설은 시설 본연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차제에 요양병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이 동시에 강구된다면 정부가 추구하는 노인복지 정책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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