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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20년]의약분업 20년, 국민건강에 기여했는가?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2000년 의사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이 강행되었다. 진찰부터 조제까지 의료기관 내에서 다 이뤄지던 일들이 진찰·처방과 조제가 각각 분리되었다.

당시 정부는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약품의 오남용이 줄어들고 의료비 절감 및 환자 의약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 목적은 달성되었을까? 다음 3가지 정부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고자 한다.

첫째, 의약품 오남용 예방 효과 있었나?

정부는 의약분업의 효과로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들고 있다. 실제 항생제 처방률은 의약분업 이전에 60%에 근접하였으나 최근에 WHO 권장치에 근접한 2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는 의약분업의 효과보다는 약제 적정성 평가, 강도 높은 약제비 삭감 등의 의약분업과는 상관없는 정책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의약분업의 예외였던 주사제도 의약분업과 상관없이 동 시기에 60%대에서 20%미만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항생제 처방률은 감소했으나 의약품 오남용의 결과인 내성율은 여전히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는 강제적으로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패턴만을 바꾸었다고 해소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의약품 오남용이 성공적으로 줄어들려면 항생제의 임의조제 근절 및 항생제 적정폐기 등 유통과정의 개선, 가축에게 쓰이는 항생제 관리, 의사들의 처방패턴의 변화, 항생제 적정처방에 대한 법적인 보호 등 다각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즉, 의사들이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노력만 가지고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의약분업이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패턴을 변화시키는 본질적 처방이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의약품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의약분업은 전혀 맞지 않은 처방이었다.

둘째, 국민 의료비는 절감되었는가?

상식적으로 더 나은 의약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였으니 의료비절감은 처음부터 신기루와 같은 언급이었다. 의약분업제도 실시 이전에는 의료기관에서 진료와 투약을 ONE-STOP으로 받고 진료비를 지불하였다. 의약분업제도 시행 이후에는 의료기관에는 진료비를, 약국에는 조제료와 약품비를 지불하게 됨에 따라 당연히 국민부담은 증가하는 것이다.

일부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리베이트가 줄어들면 의료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 또한 지금 돌이켜보면 대단히 악의적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리베이트라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이 총 약제비의 틀 안에 존재할 수 밖에 없고, 의약분업 이후 새로 생긴 약사의 조제료에 비하면 대단히 작은 비용이기 때문이다.

실제 의약분업 직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약제비와 약사의 조제료로 인하여 재정절감은 커녕 건강보험 재정이 극도로 악화되어 의사들의 처방료를 일방적으로 없애버렸었다.

셋째,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이 향상되었나?

위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환자에 대한 의약서비스 수준이 향상되었다면 그 나름대로 의약분업의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의료계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일단 환자가 의사에게 처방받고 원외약국에서 조제받아야 하는 상황, 즉, 약국을 오가는 불편함은 의약분업의 특징이라고 했기에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환자의 불편함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이러한 불편함을 넘어서는 수준높은 의약서비스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을까?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를 할 만한 의약품 오남용의 지표를 본다면 의약분업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의약서비스 분야에서는 평가할만한 지표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니 정부가 의약분업에 대해 평가할 의지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의료계에서 부정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들은 자신이 처방한 약이 제대로 조제가 되었는지, 처방의도에 맞는 복약지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약국에서 의사가 설명한 내용과 다른 내용을 들었을 때 불안해 하며 심한 경우 처방한 의사에게 항의하고 치료를 일방적으로 중단해 버리기도 한다. 이는 의약분업 이후에 새로 생긴 진료실 풍경이다.

수백억원의 시범사업에도 평가를 통해서 효과를 검증한다. 이미 수십조원이 들어간 의약분업에 대해서 그냥 제도가 옳았고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었다고 강변할 문제가 아니다. 정확한 평가지표를 만들어 의약분업제도가 국민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그 허와 실을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진정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의학신문  medicalnews@bo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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