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약국의 등장과 약국의 성장…재정 불안‧의정 불신 초래, 후유증 아직 남아 있어

2000년, 의료개혁이라고 불리우는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20년이 지났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구호 아래 진료‧처방은 의사가, 의약품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는 의약분업 제도는 의약품, 특히 전문의약품 오남용 예방과 조제 전문성 향상, 의약품 복용 문화 발전 등을 명분으로 도입돼 지금에 이르렀다. 의약분업은 약국의 매출 급상승과 수많은 문전 약국을 만들었으며, 일시적으로 건강보험재정의 파탄도 일어났다. 수가 인상도 이뤄졌으나, 당기해 재정적자로 인해 추가 인상은 미미했으며 이는 장기적인 저수가체제의 돌입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의료계는 이때부터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자세를 유지하며 현재까지 정부와 대립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20년 전 단행됐지만, 그 여파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약국의 지위 향상-문전약국의 등장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약국의 경우 의약분업 이전에는 일차 의료기관 등과 경쟁하는 관계였다. 약국에서도 전문의약품을 판매하면서 사실상 의원급 의료기관을 내원하는 환자군이 겹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에서만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게 됐으나 약국은 처방에 따른 조제의약품이 주된 수익구조로 변화했다. 주된 수익구조가 조제의약품으로 전환된 약국은 매출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지난 30년간의 국내 경상의료비 추이를 살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1990년 약국에서 발생한 경상의료비는 4665억원으로 같은 해 의원급 의료기관은 약 4배 이상인 2조837억원을 기록했다.

약국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상의료비 차이는 의약분업이 시행된 2000년부터 급격히 좁혀지기 시작한다. 2005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경상의료비는 10조2770억원을 기록한데 반해 약국은 같은 해 9조3018억원을 기록, 의원급 의료기관을 턱밑까지 추격했으며, 2010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보다 약국의 경상의료비가 더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급자별 경상의료비 추이>

약국의 매출 성장은 의원의 진료‧처방→약국 조제·판매의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잘나가는 의료기관만 잡으면 만사형통’이라는 불문율로 인해 가능했다. 환자가 많은 의료기관 옆에서 처방전을 든 환자만 잘 잡으면 매출은 보장되기 때문에 ‘경영을 위한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약국 사이에서 의료기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환자를 흡수하기 위한 자리 다툼이 보다 심화됐다.

대형병원 앞에는 문전약국들로 대변되는 대형약국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권리금 또한 다른 분야 상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형 병원이 들어설 예정인 부지 주변에서는 병원 출입구가 어디냐에 따라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가 하늘과 땅 차이여서 좋은 자리를 차기하기 위한 약국 경영자들과 부동산 중개업자의 눈칫싸움도 상당하다.

동네 의원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동네 의원이 위치한 건물 1층에는 거의 대부분 약국이 입점해있다. 아예 동네 의원과 같은 층을 쓰거나 바로 옆에 위치한 약국도 있다.

(사진 좌측)서울아산병원 앞에 자리잡은 문전약국들의 모습(사진 우측) 한 동네의원 바로 옆에 위치한 약국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이러한 현상은, 그러나 약국의 서비스 향상 의지를 꺾고 대중에게 ‘편하게 돈을 버는’ 존재로 각인시켰다는 이미지를 주게 됐다.

약국 매출이 답보상태에 빠진 최근에야 일각에서 건강기능식품 등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약국은 아직까지 조제의약품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액에 의존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산업구조는 정부가 화상투약기를 도입하게 되면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한 형태를 띌 수밖에 없다. 약계 관계자들은 약국 매출 구조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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