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판매 66곳 제약, ‘경제적 취약 노령층 복용 중단 강요나 같아’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여재평가 유보가 순리’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일부 적응증(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금을 대폭 높이는 내용의 심평원 급여 적정선 재평가에 대해 관련 제약 기업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을 허가받아 판매하고 있는 국내 66개 제약사들이 모여 대책을 협의한 끝에 급여 적정선을 다시 재평가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키로 했다.

심평원은 지난달 11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급여 적정성을 재평가, ‘환자의 약값 부담률을 30%에서 80%로 인상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관련 제약사들은 심평원의 이번 결정이 ▲환자의 비용부담을 높이고 ▲질환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았으며 ▲해당 약제의 안전성·유효성을 재검증할 동기마저 크게 약화시킨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업체들은 심평원의 이번 결정이 적법한 절차와 객관적 기준에 의거한 평가결과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은 물론 사회적 요구도에 대한 평가 내용조차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노령환자 한달 약값 9000원→2만5000원, 선별급여제도 취지 배치

업체들은 심평원이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일부 적응증(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에 대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에서 80%로 대폭 높인 것은 비급여의 급여화(선별급여제도)를 통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근본 취지에 정면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확실한 치매치료제가 부재한 현 상황에서 재정절감을 이유로 치매 진행을 지연시키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와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본인부담금을 대폭 상향시키는 조치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령층으로 하여금 복용 중단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문제삼았다. 이번 결정이 현실화될 경우 노령 환자의 30일 약값부담이 9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적응질환별 경․중 구분 않고 의료비 부담도 미 고려 ‘사회적 요구 반영 미흡’

업체들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의 급여재평가 과정에서는 사회적 요구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치매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적응증에 대해 80%의 본인부담률을 일괄 적용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외 ▲치매로 진행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와 뇌졸중·뇌경색에 의한 2차 증상에 대한 적응증을 갖고 있다.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를 같은 비중으로 본 것이다.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시범사업 공고문에 따르면, 사회적 요구도는 재정영향, 의료적 중대성, 연령, 환자의 경제적 부담 등을 고려토록 하고 있다. 한편, 환자본인부담금 산정특례에서는 우울증은 경증질환(종합병원 이상 처방 시 환자부담 40~50%)으로, 뇌졸중·뇌경색은 중증질환(환자부담 5%)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사회적 요구도를 고려해 질환별로 본인부담률을 차등 책정하고 있다.

先식약처 임상재평가, 後복지부 급여재평가 순리 역행

의약품은 통상 품목허가를 취득하고 난 뒤 보험급여 등재 절차를 거쳐 시장에 진입한다. 기본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보장되고 나서야 급여문제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그러나 이번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선후가 뒤바뀌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재검증을 뒤로 하고 급여적정성 평가가 먼저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제약기업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임상재평가를 진행할 동기가 크게 약화됐다는 것.

업체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와 허가 갱신을 받아 20년 이상 처방돼 온 의약품”이라며, “의료현장의 임상전문가들도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근거로 급여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임상재평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여재평가를 유보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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