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간 소송최대수혜…'대리전' 메디톡스 이득 글쎄
대웅제약, 국내서 모든 정보 공개하고 승부 가리자!

[의학신문·일간보사=김영주 기자]미국 ITC(무역위원회)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메디톡스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나보타를 대신해 미국 진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한 천문학적 배상?

설혹 ITC 승소로 나보타의 미국시장 강제 철수의 뜻을 이룬다 해도 그로인한 과실을 메디톡스가 온전히 누린다는 보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엘러간의 미국시장 입지는 더욱 탄탄해 지겠지만 메디톡스는 승소 한다 해도 자신의 전리품을 엘러간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풀이이다.

우선 6일(현지시간) 있은 미국 ITC 예비판결은 상당부분 예견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ITC 소속 변호사 ‘Staff Attorney’가 메디톡스의 주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관례적으로 소속변호사의 의견이 예비판결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해져 왔다.

특히 ITC 역할을 살펴보면 소송이 ‘기울어진 운동장’ 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한다. ITC는 미국에 수출된 외국상품이 미국 관련업계에 피해를 주었는지 제소를 심사, 대통령에게 권고하는 독립행정기관이다. 대웅제약 나보타가 국내외에서 높게 평가받는 것은 그동안 독점적 지위의 엘러간 보톡스의 높은 장벽을 뚫고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ITC 역할에 비쳐보면 나보타가 곱게 보일 리 없고 이번 소송은 나보타의 발목을 잡을 충분한 빌미가 되었음직하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 자국 산업 보호주의적 성향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ITC는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예비판결을 통해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로 나보타의 향후 10년간 미국 수입 금지 조치가 권고됐다. 향후 최종 판결(미국시간 11월 6일) 및 이후 60일내 CAFC(연방순회항소법원) 항소절차도 남아있어 아직 결과를 속단키는 어렵다.

그러나 만일 예비판결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나보타는 미국 시장 진출 1년만에 사실상 강제 철수의 운명을 맞게 된다. 수년 내 연간 이익만 1000억 원 이상 실현이 기대됐던 글로벌 블록버스터의 꿈이 채 영글기도 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만일 나보타가 철수한다면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어디일까? 당연 엘러간의 보톡스 이다. 독점 시장에서 품질은 동등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진 나보타(미국상품명 주보)에 시장의 30~40% 잠식이 우려됐던 보톡스 입장에선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환경’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의 주역 격인 메디톡스의 입장에선 자사의 이노톡스가 나보타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은 엘러간에게 있다.

메디톡스는 엘러간을 통해 미국시장 진출을 타진중이나 계약 후 7년째임에도 아직 미국내 임상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칼자루는 엘러간이 쥔 격이고, 엘러간이 메디톡스의 바람을 얼마나 충족시켜 즐 것인지는 예측이 어렵다.

한편 메디톡스가 이번 소송에서 설혹 최종 승자가 된다 하더라도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ITC는 미국내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배상책임이나 형사적 형벌을 내리는 곳이 아니다.

사실 메디톡스의 법적 대응은 ITC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나보타의 미국 임상이 진행중이던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균주 도용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미 식품의약국(FDA)에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중 미국 지방법원의 경우 2018년 4월 소송부적합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막을 내린 분위기다. 미국 법원에서 한국 회사가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FDA가 '허위성을 의심할만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의신청을 기각, 현재는 한국에서의 소송만이 진행중인데 국내 소송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증거는 없다. 대웅제약은 모든 자료를 공개하자며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어찌보면 많은 소송중에서 ITC 소송에서만 유리한 상황이다.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ITC소송에서만 유리하다는 상황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소송이 이대로 끝날 경우 엘러간이 소송의 최대 수혜자 인 것은 확실한데 앞장서온 메디톡스의 이득은 불분명하다. 그래서 누구를 위한 소송인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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