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균
에이치앤컨설팅 부사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의학신문·일간보사] 국내에서도 이번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진료의 패러다임(기본틀)이 변화하고 있다. 기존 원격의료 서비스의 허용범위는 특정 원격의료 이용가능 대상이 한정되어 있었다. 그 대상자로는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 병의원이 없는 도서,벽지 주민 및 군, 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 등이다. 하지만,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병원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화 상담·처방이 2월부터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월24일부터 5월10일까지 3853개 기관에서 26만2천건의 전화 상담·처방이 이뤄졌다. 애초 비대면 의료가 3차 종합병원 쏠림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화 상담·처방건 중 1차의원이 42%를 차지하였고, 의료사고 발생건수 보고는 없었다. 정부는 전화 상담·처방이 부작용 없이 안착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비대면 의료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입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의료가 현재까지 석 달 이상 운용되면서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성과를 냈다는 평가이다. 코로나 때문에 의료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60세 이상 고령 환자, 고혈압·당뇨 환자 등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의료진의 안전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또한, 비대면 진료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5월 21일 조사)의 결과 비대면 진료 도입은 찬성의견 43.8%, 반대의견 26.9%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의 찬성의 주요 이유는 ‘진료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반대의 주요 이유는 ‘대형병원의 독점 강화 우려’로 나타났다. 이를 배경으로 효용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비대면 진료 체계를 의원중심으로 확대 구축할 계획을 표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일 비대면산업 육성을 포함하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발표자료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의원 중심으로 감염병 안심 비대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을 포함하고 있다. 2022년까지 건강취약계층 대상으로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제공, 경증 만성질환자 대상 웨어러블 보급 등 IoT‧AI 기반 통합돌봄 시범사업 추 진 등 을 표 명하였다. 이처럼 정부는 코로나 19 이후의 언택트 경제, 디지털 경제, 원격의료 등 우리사회의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변화에 대응한 비대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최근의 패러다임 변화는 지난 10년간 원격의료를 둘러싼 논쟁 흐름과는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 동안 추진된 정부주도의 원격의료 정책은 시간이 지나며 흐지부지된 사례가 많았고, 주로 시범사업으로 수행되었다. 하지만, 금번 비대면진료는 신종감염병사태가 터지면서 한시적이지만 일반인들에게도 전화상담과 대리처방을 허용하면서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도 도입찬 성이 반 대의견보다 17% 높게 나타난 것이 근본적인 변화 양상이다.

그 동안 원격의료를 시행한 결과 고령층,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지역, 저소득 계층 및 저학력 계층이 원격의료서비스가 주요 대상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시지역, 고소득 및 고학력층에 비해서 ‘비대면진료의 역차별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되어, 이에 대한 대책강구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경제적인 목적으로 비대면진료가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논리가 여전한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진료의 수행주체를 정부주도형→병의원주도형→민간기업주도형으로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방향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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