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폐기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처리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가슴앓이를 해온 대형병원들이 의료폐기물을 저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뚫려 반갑다.

그동안 교육환경보호구역에 묶여 일체의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없었던 대학병원들이 오는 9월 25일부터 의료폐기물을 자체적으로 멸균분쇄해 저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보호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이정윤 편집부국장

개정 전 교육환경보호법은 교육기관(대학병원) 200미터 안에 어떤 폐기물처리시설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전국 41개 의과대학의 부속병원들은 쏟아져 나오는 의료폐기물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다.

게다가 전국에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시설이 부족해 해마다 처리비용이 올라가면서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는 대형병원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키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병원장들은 ‘내가 환자들을 치료하는 병원의 기관장인지, 의료폐기물을 처리하는 기관장인지 헷갈린다’는 푸념도 했다.

그렇다고 비용부담이 큰데 무관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현재 톤당 75만원에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그나마 이 병원 많은 물량이 고정적으로 배출하는 ‘안정된 거래처’여서 상대적으로 처리비가 싼 편이다.

중소병원 등 의료폐기물 물량이 적은 곳은 톤당 100만원을 웃돈다. 게다가 수도권 병원들은 전용소각장의 소각량이 배출량의 절반에도 못미쳐 고비용의 구조다.

교육부는 지난 3월 국회에서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현재 시행령(대통령령)을 마련 중인데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을 허용하도록 대상을 정하고 환경부 등과 협의에 나섰다고 한다.

법이 시행되는 9월 25일부터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입지가 가능해져 의료폐기물 처리가 수월해질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이 대폭 낮아지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는 초기비용은 들어가지만 현재 의료폐기물 톤당 처리비가 대폭 감소해 단기간내 설치비 회수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톤당 75만원인데 멸균분쇄 후 ‘사업장 폐기물 소각장’에서의 처리비가 톤당 21만원 안팍이라고 하니 비용 절감을 충분히 예견할수 있다.

수도권에서 현재 멸균분쇄시설을 운영중인 병원의 시설 경제성을 보니 위탁 소각시 비용보다 멸균분쇄 후 잔재물 처리시 비용이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형병원들이 멸균분쇄시설을 도입하는데는 해결할 과제도 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령에 따라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아직 선택폭이 좁다.

현재 증기멸균분쇄시설, 열관멸균분쇄시설, 마이크로웨이브멸균시설 등 3종이 승인되고 있다.

대부분이 병원들이 여유공간이 없다는 점에서 대형시설 외에도 작고 콤팩트한 멸균분쇄시설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법령을 정비해야 한다.

의료기관의 존재 이유는 환자치료 등을 통한 국민건강 유지에 있다.

환자 치료 후 나오는 의료폐기물은 필연적이지만 적정 관리되지 않으면 전염 등 부작용이 생긴다.

하지만 의료폐기물의 적정관리에 너무 힘을 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의료기관을 본래 기능으로 되돌리고 의료폐기물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도 줄이는 일이다.

대학병원 안에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의 설치를 반기는 이유는 너무 많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