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법안, 실증특례로 진행하는 것은 ‘편법’…성과주의식 행정 중단해야

[의학신문·일간보사=김민지 기자] 대한약사회가 수면위로 올라온 화상투약기 문제를 점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대한약사회는 2020년도 제5차 지부장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최근 불거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격 화상투약기 도입 추진과 관련한 현안 공유와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같은 날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재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화상투약기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다만, 향후 안건이 재상정될 수 있는 만큼 약사회는 해당 문제를 공론화해 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약사회 관계자는 “화상투약기는 앞서 국회가 해당 사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폐기했었다”며 “폐기됐던 법안을 실증특례로 검토하는 것은 편법적인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물 밑으로 작업해야 하는 일들은 오늘까지로 끝났다”며 “화상투약기 문제는 회원들의 뜻을 다시 모아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전국 16개 시도지부와 함께 실증특례를 통한 영리 기업자본의 의약품 판매업 진출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한편, 일방통행식의 정책 추진 시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을 결의하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약사회는 “원격, 비대면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빙자해 영리 기업자본의 의약품 판매업 진출을 실증특례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하는 바이며 즉각 철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화상투약기 안건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실효성 및 특혜 논란 등을 이유로 여야 모두 반대해 법안소위에 상정조차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며 “개인 사업자의 의약품 자판기 도입 법안을 정부가‘의약품 화상판매기’라는 이름으로 현 시점에서 도입을 재검토하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공공심야약국 폄훼 논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약사회는 “심야, 공휴일 의약품 접근성 개선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7개 광역자치단체와 5개 기초자치단체가 공공심야약국 운영 조례를 제정하는 동안 정부는 관련한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단 1원의 예산도 지원한 바 없다”며 “그런 정부가 공공심야약국의 실효성을 폄훼할 자격이 있는 것이냐”며 반문했다.

이어 “자판기 운영이 수익이 나기 위해서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약국은 자리를 빌려주는 것일 뿐 실질적인 운영자는 영리 기업자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면서 “무작정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성과주의식 행정에 치우친 무리수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약사들은 공적마스크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짓밟듯이 전국 8만 약사가 반대하고 있는 화상판매기 실증특례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일방통행 행정의 표본”이라며 “8만 약사들은 단 하나의 약국에도 화상판매기가 설치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정부는 의약품 화상판매기 실증특례 도입을 통해 국민 건강을 실험하는 위험천만한 놀이를 하고자 하는 시도를 즉각 멈추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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