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소재 상급종병, ‘공인으로서 위험한 발언’ 지적…일각에선 ‘대구 패싱’ 분위기도 우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방호복·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대구동산병원과 상급종합병원안 계명대 동산병원의 인력을 순환시키면서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했다.

[의학신문·일간보사=안치영 기자] 대구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이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단단히 화가 났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신속한 대응이 공공병원만으로 이뤄졌다는 박능후 장관의 발언은 ‘공인으로서 위험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능후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구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시설이 잘 갖춰져있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협조가 늦었다”면서 “암환자라던지 중증환자를 다뤄야 하는 역할도 있지만 보다 시급한 감염병 환자를 받는데는 늦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박 장관은 “상급종합병원의 협조는 늦었지만 대구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대응 협조는 빨랐으며 위기를 넘기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능후 장관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대구 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들은 박 장관의 발언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 응급실 폐쇄와 복귀를 수십번 왔다갔다하고 병원마다 대응을 위해 정신없이 일했는데 (박능후 장관이) 공인으로서 이렇게 발언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경북대병원과 대구의료원 외에 공공병원 협조가 어디 있었냐”면서 “일례로 대구의료원-대구동산이 공공-민간으로 조를 이뤄 활동한건 공공병원만의 치적이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병원장은 “타 지역을 몰라도 적어도 대구에서만큼은 대단한 공분을 살 것”이라며 “민간병원 중 하나는 코로나19 치료한 환자가 1032명에 이른다”면서 “대구의료원은 약 800명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숫자로만 봐도 민간의 역할도 크지 않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영남권에 지정할 예정인 감염병전문병원조차 ‘대구 패싱’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감염병전문병원 지정 공모는 총 2개 병원이 대구와 부산 지역에서 1차 선정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산의 경우 국립대병원이라 공공병원을 선호하는 정부 방침상 대구는 ‘생색내기용 경쟁자’를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것이 대구 지역 의료계의 지적이다.

의료계 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또한 박능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박능후 장관이 대구지역의 ‘코로나19’ 대응 당시 상급종합병원의 협조가 늦었다며 마치 민간의료기관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것처럼 발언한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사례만 보더라도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상황을 보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으며 “당연히 대구지역 내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이 컸지만 더불어 민간의료기관과 타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간 의료진까지 모두가 노력해 대구지역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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