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명분부재-산업계 키우기 의도' 제기
복지부는 '국민의료접근성 제고' 목적…'의료계와 소통' 강조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비대면진료(원격의료)를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명분도 안전성도 없는 정책 추진이며, 산업계 키우기 식의 이면의도가 의심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주최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토론회가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감염병 대응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고 육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에 대한 당위성 부족에 대한 성토를 이어나갔다.

발제에 나선 김창엽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 목적과 관련해 보건의료시각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원격의료를 도입해야하는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전달했다.

김창엽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대책으로서의 원격의료를 보더라도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다른 대안 역시 존재한다”면서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 등 감염병 유행 시 가장 중요한 의료이용 문제는 의료체계의 과부화 또는 기능 부진 때문에 초래되는 필수 의료 이용의 어려움이다”라면서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접촉을 최소화하겠다는 원격의료는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경제적 측면에 있어서도 원격의료의 산업 또는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으므로, 경제적 가치를 정확하게 밝히거나 분석한 적이 없어 현재로서 산업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과 보건의 관점, 경제와 산업 관점 모두 원격의료는 정책적 합리성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창엽 교수는 “정부의 원격의료 육성 추진은 정치적 영역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당위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의료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의료질 향상은커녕 질 하락과 의료 안전성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현호 이사는 “의사-환자가 함께 하는 대면진료에서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인데, 비대면진료로 언급되는 원격의료가 확대되면 의료사고 증가가 필연적”이라면서 “만성질환 관리와 관련해서도 만성질환 환자들의 문제점은 질환 이해가 떨어지고 관리가 안되어 합병증이 더 심해지는 것인데, 초진 이후 재진부터 약 처방만 한다는 원격의료는 오히려 만성질환환자 관리 및 치료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없이 정부가 원격의료 육성 추진을 강행하는 것은 ‘깜깜이식 추진’이라고 지적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다른 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원격의료 기술 도입은 효용성, 안전성에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며, 개인정보보호가 매우 부족한 불안정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태에서 진입장벽을 낮춰달라는 대형병원과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는 대기업들 위주의 원격의료 육성 추진은 자본 키우기 식의 수익성 목적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정형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원격의료는 대형병원과 기업들의 자본투자 목적이 아닌가 싶고, 이로 인한 환자쏠림현상 심화가 의심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 주치의제이며, 필수의료장비 국산화와 고도화이고, 공공의료확대와 건보보장성 확대”라고 말했다.

반면 만성질환자 치료 및 관리 향상적인 측면에서라면 원격의료 도입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윤건호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당뇨병학회 이사장)은 “만성질환관리 수준 개선을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단절이 없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실생활에서 적시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코칭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이제까지 방식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 환자가 병원을 찾아다니는 시스템을 고집할 것인가는 생각해야하고, 원격의료가 물론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이 이미 증명된 부분에서 한가지씩 시작해 시스템 도입과 적용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문가 의견에 대해 복지부 측은 지적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밝히는 한편, 산업계를 위한 측면보다는 국민의료접근성 향상, 감염병 예방을 위한 목적에 있음을 밝혔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비대면진료는 결국 대면진료의 보완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또한 비대면진료로 인해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된다고 정부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료사고 부담에 대한 것도 비대면진료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토론에서 나온 지적 사항 등에 대해 서로 소통하고 논의하는 과정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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