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보니 등 프로테아제 불포함 의약품 등장으로 부작용없이 치료…복용 편의성도 향상
C형간염 환자 의학 혜택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노력 필요한 시점…국가 검진 필요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간경변증 등 간 손상 위험 환자에게 프로테아제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으로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사진)는 최근 의학신문·일간보사와 만난 자리에서 간질환 및 신장애 등 동반질환을 보유한 C형간염 환자도 치료옵션의 부재나 안전성 우려 없이 일반 C형간염 환자와 동일하게 우수한 치료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재준 교수는 “간 기능 악화나 간부전 등 간 손상 위험이 있는 환자 대상으로는 ‘레디파스비르’, ‘소포스부비르’와 같이 프로테아제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NS5A 또는 NS5B 억제제 기반으로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한 C형간염 치료제의 복용편의성 역시 크게 개선돼 과거 1일 2회 복용에서 1일 1회로 복용법이 더욱 간결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프로테아제 억제제 성분을 포함한 ‘닥순요법’(다클린자-순베프라 병용요법)으로 6개월 간 치료를 진행했는데, 이 때 간 손상으로 간부전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발생했다는 것.

모든 유전자형에 효과적이고 초기 간경변증 환자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보다 쉽게 C형간염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형 검사나 간경변증 여부에 상관없이 ‘하보니’나 ‘마비렛’만으로 국내 대부분의 C형간염은 치료가 가능하다.

심재준 교수는 “간기능이 매우 저하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나 동시에 복용하는 약물이 많은 만성질환자들은 약제 선택 시 주의가 필요하므로 반드시 간질환 전문의에게 의뢰해야 하며, 현재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게는 ‘하보니’가 추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보니’와 ‘마비렛’ 모두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전자형 1b형과 2형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하보니’는 투석을 받고 있는 말기 신장 질환 환자를 포함해 신장애 정도와 관계없이 용량 조절이 요구되지 않도록 최근 허가사항이 변경됐다.

이와 함께 심재준 교수는 " C형간염 치료제 복용시 간암 발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지만, 여전히 암 발생 위험이 남아있다"며 "간 손상이 진행됐거나 고령의 환자들은 C형간염 완치 이후에도 6개월에 한 번씩 반드시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C형간염을 방치할 시 다른 중증 간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C형간염을 발견해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간경화 등 다른 간 질환 진행 정도가 누적돼 간이 딱딱해진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치료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 손상이 진행됐거나 고령자일 경우 2~3개월 간 경구 약제를 복용해 C형간염을 완치하고 간경화로 악화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만 완치 후에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심재준 교수는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건겅검진 도입을 통해 C형간염 환자 선별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지만 정부에서는 유병률 5% 이상 기준과 비용효과성 근거 부족을 이유로 C형간염 선별검사의 국가건겅검진 도입을 하지 않고 있다.

심재준 교수는 "C형간염으로 인한 사망 인구는 연 1800명~2000명으로 추정되고 전체 간 질환 사망자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질병 부담 면에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유병률만을 기준으로 C형간염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간 질환은 국내에서 질병 부담이 상당히 큰 질환일 뿐만 아니라 특히 간염은 치료를 방치할 시 주변에 전염시켜 신규 환자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C형간염 역시 이번 코로나19 대응 전략과 동일하게 감염 여부를 자각하고 있지 못한 무증상 환자들을 단기간에 전수조사해서 추가 전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며 C형간염 검진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심재준 교수는 "대한간학회에서도 C형간염을 단기간에 퇴치하기 위한 가장 비용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가건강검진을 고려해 이를 도입시키기 위한 학회 활동을 장기간 진행해 왔으나, 아직까지 C형간염 검사 포함이 가능할지 요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간학회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일생에 한 번 C형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국가건강검진이 아닌 별도의 사업으로라도 C형간염 검사를 시행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전에는 혈액 투석 환자, 혈우병 환자 등 특정 고위험군 집단만을 선별해 C형간염 검사를 진행했으나, 선별 기준 자체가 특정 집단을 부정적으로 낙인시킬 수 있는 만큼 ‘매스 스크리닝(Mass Screening, 집단 선별검사)’를 통해 40세 이상 성인은 누구나 일생에 한 번 C형간염 간염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심재준 교수는 "C형간염 질환 특성상 연령대가 높거나 기저 질환을 동반한 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힘든 점이 많았지만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도 완치가 가능한 치료가 매우 쉬운 질환이 됐다"며 "이처럼 C형간염 치료의 역사는 놀라운 의학 기술의 발전을 직접 체감하게 해 준 만큼 이제는 더 많은 환자들이 첨단 의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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