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그 가족들, 가난과 삶의 고통 속에서 신음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14일자로 고시한 정신분열증 약제의 보험급여 제한조치를 둘러싸고 환자와 의료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9월1일부터 시행되는 이 고시는 최신 정신분열증치료제인 '자이프렉사'에 대한 것으로 약값의 100%를 환자가 전액 부담토록 유도해 값이 싼 다른 정신분열증치료제를 사용토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구체적으로 이 약물의 '보험인정기준'을 의사가 환자에게 이 약을 처음 처방할 때는 무조건 100% 환자가 약값을 부담토록 해 사실상 이 약을 신규 처방하는 길을 거의 막았다.

또 기존에 이 약을 복용하던 환자에겐 과거에 다른 약이 효과가 없어 이 약으로 바꿨다는 기록 증명을 내야만 급여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복지부의 이같은 조치는 무엇보다 정신분열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대다수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경제력은 대부분 열악하기 그지 없다. 더욱이 그들의 가족들 또한 환자 때문에 겪는 삶의 고통이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국내 정신질환자 수는 무려 270만명이며 이 가운데 정신병적 장애환자는 17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은 정신질환에 걸리게 된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한평생을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된 채 가족과 함께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특히 정신질환은 평소에 먹던 약이 아니면 모양!색깔만 달라도 약 먹기를 거부하는 민감한 질환이다. 문제는 자이프렉사가 국내에 시판된지 3년이나 됐고 지난해 이 약의 판매액은 연간 160억원에 달했다는 데 있다. 1일 약값이 환자의 복용량에 따라 3,600원선에서 1만1,000원선(환자부담금은 이중 20~50%)이니 대략 6,000명~8,000명 정도의 환자들이 이 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나 추정된다.

결국 환자들이 이 약을 계속 먹으려면 과거 기록 증명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약을 바꾸거나 100% 약값을 다내고 사먹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또 다른 측면에도 있다. 의사들은 환자의 약물 부적응에 따른 사회적 치료비용이 더 증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자이프렉사의 경우 기존의 비정형성 치료약제 중에서도 가장 최근 개발돼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정신분열병학회는 유사치료제간의 가격차이는 하루 2,000~3,000원을 넘지 않지만 만일 적절한 약물선택이 안될 경우 작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입원비용이 들어가는 등 전체 치료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자이프렉사의 급여제한을 결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문위원회에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할만한 정신과 전문의가 전체 6명중 단 한사람만 포함돼 소수의견을 낼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무신경 정책을 탈피해 정신분열증 환자와 가족들의 사회보장적 의료혜택 제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비인도적인 조치를 풀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